사라진 사장, 끝없이 수상한 전무…시신 나오자 "내가 죽였다"[뉴스속오늘]

사라진 사장, 끝없이 수상한 전무…시신 나오자 "내가 죽였다"[뉴스속오늘]

김소영 기자
2026.05.18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6년 5월 대구 건설사 대표 김모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군위군 야산에 암매장한 전무 조모씨가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6년 5월 대구 건설사 대표 김모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군위군 야산에 암매장한 전무 조모씨가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0년 전 오늘인 2016년 5월18일, 대구 한 건설업체 전무이사 조모씨(당시 44세)가 대표 김모씨(47)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런데 정황 증거만 있을 뿐 김씨 시신은 찾지 못했던 상황. 조씨는 "증거가 나오면 얘기하겠다"며 입을 닫아버렸다.

조씨 동선을 샅샅이 훑던 경찰은 끈질긴 추궁과 수색 끝에 대구 군위군 한 야산에서 김씨 시신을 발견했다. 그러자 조씨는 "입사 당시 처우 개선을 약속했던 김씨가 이를 지키지 않아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1심과 항소심에 이어 상고심에서도 징역 25년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회식 후 사라진 대표…데려다준 전무는 "블랙박스 버렸다"

2016년 5월9일, 대구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하던 김씨에 대한 실종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신고자는 김씨 아내와 부친. 김씨 아내는 "남편이 전날 저녁 거래처 사람들과 식사하러 간다는 전화를 끝으로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김씨는 전날 조씨, 거래처 직원 2명과 함께 경북 경산시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뒤 인근 식당에서 술을 마셨다. 거래처 직원들은 김씨가 평소와 달리 폭탄주 2잔에 인사불성이 되는 바람에 조씨 차에 태워 보냈다고 진술했다.

조씨는 귀가 도중 술에서 깬 김씨와 2차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 화가 난 김씨가 한 버스정류장에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해당 정류장 CC(폐쇄회로)TV를 확인했지만 모조품이거나 판독이 불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실종 신고 5일째 사건이 강력팀으로 이첩됐다. 김씨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가운데 버스 CCTV와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강력팀은 조씨 차량이 정류장에 잠시 정차한 건 맞지만 김씨는 내리지 않은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경찰은 조씨에게 블랙박스 제출을 요구했지만 조씨는 이를 거부했다. 그는 며칠 전 내연녀 문제로 아내와 갈등을 겪던 중 아내가 블랙박스 영상을 보려고 하자 칩을 빼서 버렸다는 취지 주장을 펼쳤다.

"전무, 음료에 약 탄 듯"…휴대폰에선 '땅속 사체 부패' 기록
대구 건설사 대표 김모씨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경찰은 전무이사 조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던 중 그의 휴대전화에서 '땅속 사체 부패 시기' 등 검색 기록을 찾아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구 건설사 대표 김모씨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경찰은 전무이사 조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던 중 그의 휴대전화에서 '땅속 사체 부패 시기' 등 검색 기록을 찾아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찰은 조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이어갔다. 조씨의 수상한 행동은 식당 주차장에서도 포착됐다. 차량 트렁크에서 숙취해소제 추정 음료를 2병 꺼낸 그가 1병만 뚜껑을 미리 연 뒤 다시 차에 올라타는 모습이 포착된 것.

같은 차에 타고 있던 조씨와 김씨는 이후 함께 식당에 들어섰지만 약 1시간 만에 김씨만 온몸이 축 늘어진 채 부축받으며 나왔다. 경찰은 조씨가 약물 탄 음료를 김씨에게 건네 마시게 한 것으로 보고 대면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김씨 행방도 알지 못하고 살인이라는 정황 증거도 없어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는 불가했던 상황. 경찰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씨를 불러 조사하던 중 그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게 됐다.

조씨 휴대전화에선 '땅속 사체 부패 시기', CCTV 녹화 시간' 등을 검색한 흔적이 나왔다. 경찰은 즉시 영장을 신청해 조씨 집을 압수수색 했다.

그 결과 조씨 PC에선 '휴대폰 검색어 수사', '검색어 지우기', '휴대폰 복원 수사', '실종', '부패', '시체', '청송', '진술 거부', '묵비', '자백' 등 검색 내역이 쏟아졌다.

군위 주유소에서 '삽' 빌린 전무…시신 발견하자 결국 자백
대구 건설사 대표 김모씨 실종 이튿날 군위 한 주유소에 들러 삽을 빌린 전무 조모씨가 약 1시간 만에 삽을 반납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용감한 형사들2' 갈무리
대구 건설사 대표 김모씨 실종 이튿날 군위 한 주유소에 들러 삽을 빌린 전무 조모씨가 약 1시간 만에 삽을 반납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용감한 형사들2' 갈무리

이후 조씨 차량 동선 파악에 나서는 등 수사에도 속도가 붙었다. 경찰은 조씨가 김씨 실종 이튿날 차를 끌고 대구 자택에서 본가가 있는 경북 청송에 다녀오는 과정에서 군위 한 주유소에 들러 삽을 빌린 사실을 알아냈다.

해당 주유소 직원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당시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아침 일찍 웬 남자가 나무 심으러 간대서 5000원 받고 삽을 빌려줬더니 약 1시간 후 삽을 돌려주고 떠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조씨가 빌린 삽에 대한 유전자 감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겼고 1200명을 투입해 주유소 일대를 수색했다. 또 살해 정황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단,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경산 모 대학교 주차장에서 조씨를 검거했다.

그러나 조씨는 "증거가 나오기 전까진 입을 열지 않겠다"며 진술을 거부했다. 그 어느 때보다 김씨 시신 발견이 절실한 상황. 경찰은 분산 수색 끝에 조씨 체포 이틀 만에 군위 한 야산 계곡에서 한 나체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 신원은 김씨로 확인됐다. 사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시신에선 수면제 성분도 검출됐다. 조씨는 그제야 "김씨에게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회사 사무실이 있는 대구 모처 주차장에서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처우 개선 안 해줘 홧김에"…대법원에서 징역 25년 확정
대구 건설사 전무이사 조모씨는 회사 대표 김모씨가 임금인상과 처우 개선을 해주지 않아 홧김에 살해했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에서 징역 25년형을 확정받았다. /사진=뉴시스
대구 건설사 전무이사 조모씨는 회사 대표 김모씨가 임금인상과 처우 개선을 해주지 않아 홧김에 살해했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에서 징역 25년형을 확정받았다. /사진=뉴시스

"세 자녀 유학자금을 책임지고 아들에게 회사도 물려주겠다"는 김씨 말을 철석같이 믿고 2011년 김씨 회사에 입사한 조씨는 막상 회사 실적이 잘 나오자 말을 바꾼 김씨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시체유기 현장검증에서 "사장(김씨)이 내 인생을 다 갉아먹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화나서 그랬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당시 조씨는 투자 실패로 아파트 관리비도 못 낼 정도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1심 법원은 조씨에게 징역 25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고 임금인상이나 처우 개선 요구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 격분한 결과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순간적인 감정에 휩싸여 극단적 범행으로 분노를 표출한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꾸짖었다.

항소심 결론도 같았다. 2심 법원은 "범행 경위와 방법, 피해 정도를 보면 죄질이 극히 무겁고 불량하다"면서 "피해자 가족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데다가 용서도 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소영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기자 김소영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