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여론조사와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달리 19대 총선은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다. 민주통합당도 의석수가 늘었고 통합진보당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으므로 우리 국회는 이제 보수. 진보의 양당구도로 정착되고 있다. 거의 모든 선진국 국회가 보수. 진보의 대결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변화는 민주주의에서 자연스런 발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에게는 문제꺼리가 될 수 있다. 우리에게 이념은 단순히 하나의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하나의 종교적 신앙이 되어 순교정신으로 수호하고 위해 싸우려는 경향이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념적으로 분단된 국가에서 살고 있고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렀으며 그런 전쟁의 위협이 아직도 도사리고 있는 것도 그 한 이유다. 우리에게 이념은 논쟁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투쟁의 대상이다.
지난 4년 간 18대 국회는 국사를 논의하는 데보다 서로 싸우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고함을 지르고 멱살을 잡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해머로 치고, 쇠톱으로 자르고, 공중부양을 해서 세계의 이목 앞에서 우리 얼굴에 먹칠을 했다. 상당수의 긴급한 민생법안은 미결 혹은 보류된 체 폐기된 것을 보면 그들이 무엇을 위하여 그렇게 장열하게 싸웠는지 국민들은 잘 안다.
엄청난 액수의 세금만 사용했을 뿐 제 임무를 다 했다 할 국민은 전무할 것이다. 이제 국민은 그런 국회에 충분히 식상해 있고 19대는 국회는 제발 좀 다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선거 후 많은 국민들은 별로 행복하지 않다. 18대보다 정국이 더 불안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선거로 더 커진 야당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고 과반의석을 가진 여당은 정국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 할 것이다.
야당은 민간인 사찰 등 현 정부의 실책과 불법을 조사하고 처벌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며 여당은 어떤 방법으로라도 이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연말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 때문에 이 문제는 더욱 첨예화 할 것이고 여야의 갈등은 그만큼 더 심각하게 커질 것이다.
물론 현 정권이든 전 정권이든 모든 비리와 실수는 폭로되고 청산되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고 그렇게 하라고 국회가 있다. 그러나 그런 폭로와 심판도 국민과 국가가 아니라 자기 당의 이익을 위해 이뤄진다면 국민은 실망하고 분노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도 나타났지만 우리 국민도 이제 많이 합리적이 되고 날카로워졌다.
겉으로는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내 세우면서 실제로 자당의 권력획득이나 특권유지를 위하여 열을 내는 것을 다 꿰뚫고 있고 이제는 그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꼼수는 앞으로 통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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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당선한 초선 의원은 “괜찮은 사람도 국회에 들어가면 타락한다”는 말이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그런 국회문화에 물들지 않을 수 있어야 조무래기 정치인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이번에는 무소속이 줄어지고 큰 정당의 공천이 당락에 결정적이었기 때문에 의원들은 국민보다 당에 더 충성할 압력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당의 이익이 곧 국가의 이익이라고 믿도록 스스로를 세뇌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그러나 그런 수준의 근시안을 가지고는 존경받는 정치가가 될 수는 없다.
부디 여당은 다수를 내 세워 야당이 극단적으로 반대하는 것을 억지로 밀어붙이지 말고, 야당은 여당을 다수당으로 만든 것도 유권자란 사실을 인식하기 바란다. 서로를 존중하고 모든 것을 대화와 협상으로 결정하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다수결로 처리하는 것이 국민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싸움에 식상한 국민은 이제 좀 질서 있고 조화로운 국회를 갈망하고 있음을 알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