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전쟁 ③] 정부의 '흡연자 밀어내기'식 흡연정책, 금연사업 예산은 고작…

# 흡연자인 대학생 A씨(25)는 최근 인터넷을 하다가 등골이 서늘해졌다. "흡연자들은 다 죽여버리고 싶다"는 댓글을 보고서다. 비흡연자들이 흡연자를 싫어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A씨 자신도 흡연자지만 담배 연기가 싫고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보기 싫다. 그러면서도 A씨는 정부가 야속하기만 하다. 전국의 흡연자들이 담배를 살 때마다 막대한 세금을 거두면서 흡연구역 설치에 대해서는 인색하게 구는 것 같아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중 매일 흡연을 하는 사람의 비율은 지난해 기준 23.2%, 남성의 흡연율은 41.5%에 달했다. 흡연자들은 국민 5명 중 1명인 흡연자들이 비흡연자들과 '공생'할 수 있도록 하는 흡연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흡연자들은 '공공의 적'일 뿐 '공생의 상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 "흡연권보다 혐연권이 우선"?
북미와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흡연규제는 점점 엄격해지는 추세다. 2008년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르면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이탈리아·노르웨이·스웨덴·호주 등은 교육시설·정부시설·식당·술집 등의 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미국·캐나다·호주는 일부 실외 지역까지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금연구역을 확대하는 추세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올해부터 100㎡(30평) 이상 음식점·카페·호프집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내년부터는 모든 음식점·카페·호프집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한 공원 및 거리 금연구역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금연구역 확대는 흡연자들의 '흡연권'보다 비흡연들자의 '혐연권' 보장이 우선이라는 판례에 기초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흡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를 핵심으로 하지만 혐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뿐 아니라 생명권에까지 연결되므로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고 판결, 혐연권의 우위를 인정했다.
◇ 담배 팔아 모은 '국민건강증진기금'…금연사업엔 단 1%?
대부분의 흡연자들도 비흡연자들의 혐연권을 인정한다. 문제는 혐연권 때문에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흡연자들은 정부가 담배를 통해 세금을 거두면서도 흡연구역 마련 등에는 거의 예산을 쓰지 않는다고 성토한다.
지난해 12월 금연거리 확대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의 이연익 대표운영자는 "흡연구역을 보장하지 않고 금연구역만 확대하는 것은 담배는 팔되 피울 장소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모순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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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의 가격에는 354원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담배부담금'은 국민건강증진기금의 75%인 1조5680억원을 차지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25조는 국민건강증진기금 사용처 1순위를 '금연 교육 및 광고 등 흡연자를 위한 건강관리사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용익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민건강증진기금 중 금연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전체 예산의 1.3%인 115억원에 불과했다.
이 대표운영자는 "금연구역과 흡연구역 설치가 같이 가야 비흡연자와 흡연자가 공존할 수 있다"며 "정부는 담배를 팔아 거두는 세금과 부담금으로 최소한의 흡연공간은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