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취업 '갑' 시대]대졸 공채 5명중 4명 이공계… 인문계 학생 "이공계 복수전공은 현실과 타협"

# 서울 소재 사립대학 영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A(26)씨는 지난해부터 정보시스템공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다.
A씨는 "학과 선배들이 기업 공채에 계속해서 쓴잔을 마시는 것을 보고 지금의 전공만으론 나 역시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이공계 인력을 선호한다는 소식을 듣고 문과 출신으로서 이공계 학문도 함께 익혀 융복합형 인재로 성장하고자 정보시스템공학을 복수전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취업 시장에서 기업들의 인문계 채용 기피 현상이 날로 심화되면서, 문과생들이 나름의 '생존'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 방안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바로 공과계열 등 취업 시장에서 인기 있는 학과를 복수전공해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는 것이다.
◇ 대학도 복수전공 장려, 선호도 1순위 '경영학과'
요즘 대학가에 이중전공이나 복수 전공 제도가 크게 확대되면서 몇몇 대학은 아예 주전공과 함께 제2전공을 필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04년 고려대가 대학 최초로 복수 전공제를 의무화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에는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이 일부 단과대를 제외한 모든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두 개 이상의 전공을 갖도록 했다.
새누리당 박성호 의원이 최근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복수전공 현황'에 따르면 취업시장에서 우대받는 학과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도 현상이 뚜렷이 나타났다.
2009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복수 전공 지원자가 가장 많았던 학과 1위는 경영대였고, 2위는 경제학부였다. 반면 불어불문학, 서양사학과 등 인문대는 5년간 복수 전공 지원자가 한 자릿수거나 아예 지원자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 문과생의 이공계열 복수전공 "취업 준비 방편" vs "학문간 융·통합형 인재 양성"
대학가의 이런 변화가 순기능으로 작용할까. 또 다른 전공을 이수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고, 원래 전공에도 도움이 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형태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학생들은 현실적인 이유로 제2전공을 선택하고 있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인기 학과들, 경영학과나 경제학과의 경쟁률이 높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통합과 융합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복수전공의 선택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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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요즘 학생들에겐 한 가지 전공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학문을 접하고 탐구해볼 것을 사회적으로 요구받는다"고 전했다.
국내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 김홍근(27)씨는 "국내 대기업들이 이공계 채용을 강화하면서 인문계 전공자들이 대부분이었던 영업 부문에서도 제품과 기술에 대한 전문지식을 지닌 이공계들이 약진하고 있다"며 "이제 이공계 수업을 듣고 복수전공으로까지 선택하는 것은 '오버'가 아닌 현실과의 '타협'"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주요 4대 그룹인 삼성, 현대차, SK, LG 그룹의 지난 하반기 대졸 신입 공채를 조사한 결과, 선발된 5명 중 4명이 이공계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이공계와 인문계 출신의 취업률에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송영수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는 "학부생 사이에서 '인문계는 취업이 안 된다'는 인식이 만연하다"며 "국가경쟁력을 위해 많은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것이 인문계 퇴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오늘날 취업 시장에 불고 있는 인문계 기피 현상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송 교수는 또 "산업 분야의 융·복합화와 맞물려 학문 간 융합도 중요시되는 게 세계적 추세다"라며 "학문의 균형적인 동반 발전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