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내년 사시폐지 앞둬 올해 결론내야 할 상황몰려…변호사단체장 선거 등도 변수


19대 국회에 발의됐던 사법시험 존치를 골자로 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들이 지난 17일로 법사위에서 사실상 폐기됐다.
국회는 19일 마지막 본회의를 예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시존치를 위한 법안은 20대 국회에 다시 제출돼야 관련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고시촌을 지역구로 하는 의원 등이 법안제출을 예고하고 있어 수년간 이어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사시존폐 논란에 대해 그간 경과와 전망에 대해 정리해 본다.
◇2013년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본격화된 사시존치
새누리당 의원 6명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들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사시를 유지하자는 게 핵심이었다.
2014년부터 발의되기 시작한 개정안들은 그 전해부터 변호사단체들이 입법청원 형식으로 국회에 요구하기 시작한 것과 연관 있다. 의원들은 단독으로 사시존치법안을 냈다기보다 변호사단체와의 교류 속에 공동 토론회 등을 하며 발의에 나섰다.
특히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사시존치 활동을 위해 본격적인 국회 공략에 나선 게 주효했다. 전체 변호사를 대표하는 단체는 대한변호사협회지만 사시존치에선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메카'라 불릴만큼 사실상 핵심이다. 실제 변호사 사회에서도 변협이 대표성을 갖지만 예산 등 집행력에선 서울지회가 앞선다. 변호사 월회비 상당액이 지방회에 가고 사건수임시 경유회비라는 수수료도 걷기 때문이다. 특히 개업변호사 1만8000여명 중 70%가 넘는 1만3000여명이 몰려 있는 서울지회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
이런 서울지회에 2013년 1월 나승철 변호사라는 30대 청년 변호사가 역대 최연소로 회장에 당선되면서 변호사 사회는 큰 변화를 겪었다. 나 변호사는 이미 첫번째 도전했던 2011년 서울지회 선거에서도 당선자와 26표차 2위로 기성 변호사들에게 충격을 준 바 있다. 50대이상의 중장년 변호사가 맡던 회장직에 경력이 짧은 30대 변호사가 나선 것은 보수적인 변호사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었다. 청년 변호사들의 압도적 지지하에 단번에 당선권에 근접하고 2년 뒤엔 결국 당선되면서 기성 변호사와 청년 변호사라는 변호사 사회에서의 세대 갈등과 양극화를 재확인하고 표면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변호사업계 세대 갈등이 발전한 게 사시존치 운동이다. 나 변호사 지지층은 소위 '청년 변호사'라고 칭하는 사시출신 젊은 변호사들이다. 2000년대 중반이후 사시에 합격한 이들은 어려워진 법조시장 환경에 큰 불만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갈수록 낮아지는 주니어 변호사 처우와 사무실 오너인 선배 변호사들과의 수입격차, 고용계약도 제대로 하지 않고 휴가나 임신조차 마음대로 하기 힘든 열악한 근로조건 등은 청년 변호사들을 폭발직전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 여기에 2009년부터 개원한 로스쿨은 그들의 지위와 수입에 가장 걸림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새로운 적(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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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엔 로스쿨 졸업 예정자 중 성적 우수자를 검사로 바로 임용하겠다는 법무부 방침에 반발해 사법연수원 42기생 974명 중 절반 이상이 연수원 입소식을 거부하는 사태가 연수원 개원이래 처음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나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청년 변호사들은 '청년 변호사 권익향상'을 외치며 동시에 로스쿨 개원직후부터 '안티 로스쿨'활동에 뛰어 들었다. 당시 변협도 로스쿨에 대해선 '대책위원회'를 협회 내에 만들 정도로 노골적으로 반대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그 점에선 청년 변호사들과 변협의 목적이 합치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던 중 청년변호사협회를 이끌던 나 변호사가 2013년 서울지회 회장에 당선되면서 사시존치 활동은 돈과 조직을 갖춘 변호사단체의 공식 활동으로 본격화됐다. 여기에 2년 뒤인 2015년 1월 사시존치를 외치던 하창우 변호사가 변협 협회장에 당선되면서 사시존치측은 양 변호사단체를 장악한 셈이 됐다. 변호사단체들이 사시존치를 추진하는 이유는 변호사 배출숫자를 줄이기 위함이다. 변협은 협회장 공약대로 사시 200명, 로스쿨 800명으로 연간 변호사배출을 줄여 로스쿨 개원 이전 상황으로 되돌리겠다는 목표다.

◇8년차 로스쿨…개선없는 운영으로 문제점 노출
2015년 1월 하창우 협회장이 사시존치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되면서 적극적인 존치활동을 예고했다. 협회내에 사시존치TF를 만들며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로스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시존치 명분을 쌓아갔다. 특히 사시존치활동을 하던 이들 사이에서 수집돼 수년전부터 나돌던 로스쿨내 고위공직자와 법조인 자제들의 명단도 적극 활용됐다.
이 명단에는 이미 수년전부터 김태원·신기남·이주영·윤후덕 의원 등 지난해 로스쿨로 구설수에 오른 정치인들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그뿐 아니라 판검사나 교수, 재계인사 등 로스쿨에 자녀를 둔 소위 상류층 인사들이 실명으로 리스트에 올라 SNS 등 인터넷에 돌아다녔다. 국회 법사위원들에게 인편으로 전달되고 언론에서도 여러 번 다뤘던 이 명단은 결국 로스쿨에 소위 '금수저'들이 다니고 졸업 후에도 대기업이나 대형로펌에 쉽게 들어간다는 근거로 쓰였다.
특히 로스쿨 입학에 면접 등 정성평가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고위층 자제 명단은 로스쿨에 '귀족학교'라는 오명(汚名)을 안겨줬다.
최근 교육부는 외부 면접관 도입과 등록금 인하 등 로스쿨 입시에 관심을 갖고 개선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지난 8년간 로스쿨은 실질적으로 아무런 제도변경없이 운영돼 왔다. 불투명한 입학·졸업사정, 고비용 등은 대표적인 로스쿨 문제로 꼽혔다.
로스쿨 커뮤니티에서도 법대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일부 교수들의 강의에 대한 불만과 주먹구구 학사행정·예산집행에 내부 비판이 적지 않다. 25개 로스쿨의 교육수준이 다른 탓에 생기는 '질적 불균형'도 8년차에 접어들며 문제가 가시화 되고 있다. 최근엔 통폐합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해결책이 간단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학교 입장과 재학생 그리고 출신 변호사들 입장이 각각 다르다. 로스쿨로 수혜를 입은 학교들로선 특히 교수들을 중심으로 최대한 보수적 입장에서 현 제도를 고수하고자 한다. 반면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제도 보완을 위해선 학교내 개혁도 필수라 보고 있다. 특히 수업 및 교수진의 질적 향상, 경제적 약자 우대 확대가 핵심이다.
◇고위층자제 특혜의혹…연속된 논란에 로스쿨 수세몰려
변호사단체를 중심으로 한 사시존치측에선 고위층 자제 명단을 이용해 로스쿨 입시에 대한 의혹제기와 취업청탁 폭로로 여론전에서 사실상 우위에 있었다. 로스쿨제도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수십년 간 지속된 사시를 유지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기 쉽기도 했지만 연이은 고위층자제 관련 의혹제기는 로스쿨입장에선 벗어나기 힘든 원죄처럼 작용했다.
지난 12월 법무부의 사시 4년 유예 방침 발표는 논란을 격화시킨 촉매 격이었다. 국회 법사위의 지속된 의견 표명 요구에 응하는 방식이었지만 사시와 변호사시험을 주관하는 법무부가 '사시 4년 유예안'을 내놓자 로스쿨측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법무부의 이같은 발표는 지난해 7월 김현웅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사시 인원을 좀 줄이더라도 어느 정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사시존치에 힘을 실어 준 뒤부터 사실상 예고됐다.
사시존치가 확정된 것으로 오해되는 등 논란이 커지자 법사위에 긴급출석한 김 장관은 "유예안은 법무부 의견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로스쿨재학생들은 학사거부와 변시 응시철회라는 초강수로 대응하며 법무부의 유예안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19대 국회 사시존치법안 논의…정중동(靜中動)
외부에선 연일 격론을 벌일 정도로 사시존폐 논란이 거셌지만 국회내 법안논의는 실제론 거의 진전이 없었다. 이해관계가 갈리고 찬반이 뚜렷한 경우 국회는 관련 논의를 서두르지 않는다. 한쪽 편을 드는 결론을 내리는 부담을 감당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법사위원들은 사시존치 법안을 심사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었다. 산적한 법안이 수백·수천건을 넘는 현실에서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문제만 오래 논의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법사위는 공청회를 열고 외부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자문기구를 만드는 것으로 역할을 다 할 수 밖에 없었다.
국회를 움직이기 위해 변호사단체는 변호사 출신 의원들 수십명과 모임을 여러 번 갖는 등 로비에 적극적이었다. 사시존치 당위성을 설명하는 토론회도 지난해에는 국회에서 거의 매월 열렸다. 관련 자료도 전체 의원실에 자주 배송됐다. 실제 지난해에는 서울지회 승합차가 국회 경내에 매주 보이고 서울지회 회장과 임원 등이 국회에 상주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들 중 일부 변호사들은 '흙수저'론을 들고 새누리당에 동반 입당해 총선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거대 변호사단체를 장악한 사시존치측과 비교하면 로스쿨측은 제대로 된 단체가 없었다. 로스쿨 변호사가 배출된지 4년째인 지난해 9월에서야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를 만들었다. 이후 로스쿨측은 한법협을 중심으로 사시존치활동에 반대하고 법정화된 사시폐지 원안 고수를 주장하고 있다.
◇사시폐지 코앞…20대 국회, 사시존폐 결론 피할 수 없어
사시 1차시험은 지난 2월 1일이 공식적으로 마지막 시험이었다. 2차 시험도 내년 6월이 법에 정해진 마지막이다. 결국 사시존치가 이뤄지려면 올해 안에 결론이 나야 한다. 사실상 2017년 폐지까지 1년여 여유가 있던 19대 국회는 존치법안에 대해 결론없이 끝내도 부담이 크지 않았다.
20대 국회는 임기 중 사시폐지가 현실화 된다. 결론없이 지나치기 어려울 상황에 몰릴 수 밖에 없다. 사시존치측도 벼랑끝에 몰렸기 때문에 이전보다 강한 압박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변호사단체 선거라는 중요한 변수도 있다. 변협과 서울지회, 두 곳 모두 올해 말부터 선거전에 돌입해 내년 초에 수장이 교체된다. 현 단체장들은 공약으로 사시존치를 내걸었다. 따라서 그들 역시 임기내에 성과를 내야만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변호사단체 선거는 또 다른 면에서 중요한 변환점이 될 수 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9000여명에 달하기 때문에 선거판을 사실상 흔들 정도의 표를 쥐게 됐기 때문이다. 2만여명의 활동 변호사 중 절반 가량이 로스쿨 출신이 된 것이다. 따라서 이제까지 '반(反)로스쿨'을 내걸어야 당선됐던 것과 달리 이번 선거에선 '친(親)로스쿨' 성향 변호사의 당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반대로 소위 사시출신 청년 변호사를 주축으로 한 이들은 이를 막기 위해 올해 사시존치 활동에 더 매진할 수 밖에 없다.
달라진 국회 상황도 큰 변수다. 현재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두고 여야가 줄다리기 중이다.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 의장을 야당이 가져가면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맡아야 한다고 여당은 주장하고 있다. 법사위원장을 여당 의원이 맡게 되면 19대와는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19대 국회에선 야당인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사시 수험생들이 지역구인 대전 유성구에서 집회를 갖는 등 사실상 낙선운동에 가까운 사시존치측의 강한 압박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교육부·법무부·대법원이 뜨거운 감자인 사시존폐이슈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적극적 대처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으로선 사시존치법안의 법사위 논의에 대해 원칙을 고수한 것이지만 사시존치측에선 그를 걸림돌로 여길 정도였다.
따라서 여당에서 법사위원장을 맡는다면 사시존치측에 유리해질 것이라 전망하는 이들도 다수 있다. 현재 각 당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대체로 새누리당은 사시존치, 더민주는 로스쿨에 더 우호적인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국민의당은 최근 로스쿨 입시관련 비판적 논평을 내기도 해 사시존치측에선 기대를 갖고 입장발표를 압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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