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파이프·나무막대·쇠구슬 등으로도 쉽게 제작 가능…제작방법 공개는 불법이지만 실질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어


자신이 직접 만든 총으로 시민을 위협하고 경찰까지 사망케 한 사건이 잇따라 사제총에 대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사제총을 만드는 방법이 비교적 쉬운 데다 이미 제조방법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확산돼 마땅한 규제 방법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19일 서울 강북 오패산 터널 인근에서 성병대(46)가 자신이 총으로 김모 경위(54)를 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성씨의 이웃주민 이모씨(67)는 이날 저녁 성씨가 자신을 망치로 위협하자 경찰에 신고했다. 김 경위는 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었다. 그는 성씨를 저지하려다 성씨가 쏜 총을 가슴에 맞고 병원으로 향하던 중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성씨가 당시 소지한 총은 직접 제조한 '사제총'이었다. 그는 나무토막과 쇠파이프를 테이프로 감아 총 형태를 만들었다. 탄알로는 쇠구슬을 사용했다. 화약에 불을 붙이면 총이 발사돼 쇠구슬이 날아가는 형태다. 그의 자택에선 이 같은 사제총이 17정이나 발견됐다.
성씨가 사제총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인터넷에서 사제총 만드는 법을 검색하면 그 방법을 알리는 동영상이 수두룩했다. 유명 무료 동영상 제공 사이트에 'home made gun(홈 메이드 건)'이라고 검색하자 총 665만개 동영상이 나왔다.
이 동영상에는 쇠밸브와 쇠막대로 총의 형태를 만드는 방법, 나무와 고무줄을 이용해 만드는 방법, 볼펜의 뚜껑과 본체를 분해해 조립해 만드는 방법 등 갖가지 방법이 등장한다. 탄알로는 못, 구슬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3D프린터를 이용한 총기 제작까지 가능해졌다. 총의 설계도면을 그린 뒤 컴퓨터에 입력하면 실제 총과 흡사한 모양의 총이 순식간에 제작된다. 여기에 불을 당길 수 있는 화약과 탄알 역할을 할 수 있는 재료를 넣으면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무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성씨 같이 사제총을 만들어 시민을 위협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2013년 4월에는 한 방위산업체 직원이 방어용으로 직접 총기를 만들어 사용하다 적발됐고 그보다 두달 전에는 경북 대구에서 남성이 길을 가던 여대생에게 총을 겨눠 찰과상을 입혔다. 지난 9월에도 충북 음성 한 민가에서 사제총 24정이 발견됐다.
사제총은 총기가 허용되는 미국에서도 최근 골칫덩이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 허가된 사업장에서 만들었거나 정부에 등록된 사업장에서만 총을 구입할 수 있다. 이 총을 구입한 후 소지자는 주에 신고만 하면 된다. 그러나 완성된 총이 아닌 불완전 형태로 조립된 총에 대해선 등록절차가 없다. 직접 총을 만들어서 소지하거나 완전히 조립되지 않은 총을 구입해 자신이 조립할 경우 별도 절차 없이 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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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보니 총기등록 자격이 없는 청소년 등이 사제총을 만들어 범죄에 활용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존 자와리라는 청년이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사제총을 난사해 학생 5명이 숨졌다. 3D프린트 등으로 총기 제작이 더욱 쉬워지자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사제총기 등록 의무화법을 통과시켰지만 주지사의 거부권으로 무산된 상태다.
우리나라는 총기소지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미국과는 실정이 다르다. 하지만 사제총을 만들고 실제로 사용하는 상황을 통제할 규제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지난해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총포·화약류의 제조 방법이나 설계도 등을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유튜브에 올리면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하는 등 처벌을 강화했다. 하지만 해외 사이트를 통해 제조방법 검색이 가능하고 이미 유포된 정보를 막기 어려워 법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