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현대산업개발 집중 수사… 시공권 수주 위한 금품살포 '수십 년 관행' 근절될까
대형 건설사들의 고질적 재건축 비리가 처벌될까. 경찰이 200억원대 재건축 비리 혐의로현대산업(28,750원 ▲1,100 +3.98%)개발을 집중 수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수십 년간 대형건설사들은 재건축 시공권을 수주하기 위해 버젓이 법을 위반하며 금품을 살포하는 경우가 적잖았지만 사실상 방치돼왔다. 엄연히 불법이지만 '으레 그렇다'는 식으로 공공연히 자행한 '관행'이다.
21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현대산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현대산업은 2009년 말부터 2011년 3월까지 면목3주택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수주하는 대가로 200억원 상당 금품을 조합에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형 건설사 대부분이 재건축 시공권을 따기 위해 금품을 뿌리고 있다는 건 업계의 '상식'이다. 한 대형건설사의 재건축 부서 관계자는 "거의 모든 대형건설사가 이런 식으로 영업을 한다"며 "지방으로 갈수록, 건설사 규모가 작을수록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권 수주 목적으로 로비할 때는 업계용어로 'OS'(아웃소싱의 약자)로 불리는 홍보요원을 동원하기도 한다. OS는 조합원들을 일대일로 마크하며 로비금품 전달책 역할을 한다. OS 동원 자체부터 불법이지만 전문 업체까지 나타나 공공연하게 활동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련 법(건설산업기본법,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등)이 사문화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재건축 시장에 밝은 한 전문가는 "대형건설사들에 위법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면 '왜 남들도 다 하는 관행을 문제 삼느냐'는 반문이 나온다"며 "불법이 너무 횡행해 되레 법을 지키는 게 이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동진 바른재건축재개발전국연합 기획실장은 "2~3년 전부터는 점차 정화되고 있는 추세"라면서도 "그러나 더 지능화되는 등 문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사들이 위법을 감수하며 시공권 수주에 목을 매는 건 그만큼 돌아오는 이득이 크기 때문이다. 시공권은 재건축 사업의 이권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초창기 로비에 돈을 많이 써도 추후 공사비를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결국 조합원들에게 돌아오는 건 '분담금 상승'이고 이는 분양가 거품의 한 요인도 된다. 재건축 관련 업무를 주로 맡는 황정규 변호사는 "조합 집행부는 관련 지식이 부족한 아마추어들"이라며 "전문성을 갖춘 대형건설사가 자기 잇속에 따라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독자들의 PICK!
상황이 이런데도 단속과 처벌은 미미하다. 간혹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대형 건설사들의 로비전이 언론에 보도되거나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을 받지만 수사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
그나마 간간이 이뤄지는 재건축 비리 수사도 조합 임원이나 협력업체 관계자 등을 처벌하는데 그치고 있다. 대형 건설사 임직원이 연루되기도 하지만 '개인의 일탈'로 취급돼 적용 혐의도 건설사 영업정지 등 강력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이 아닌 뇌물죄 등이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위법행위가 적발돼도 담당 임원 선에서 책임소재를 정리할 수 있도록 내부 운영체제를 만들어놔 현실적으로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제는 정말 단속과 처벌을 강화할 때"라며 "대형 건설사의 위법행위를 단죄하면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부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 이득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