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금리인하요구권, 2002년 첫도입후 여전히 활용도 낮다는 비판.. 금융소비자보호기본법 반영의견도

# 사례
A씨는 최근 전문자격증 취득과 이직 등으로 직업안정성이 크게 높아졌고 연봉도 큰 폭으로 올랐다. 신용상태가 종전보다 크게 개선됐다는 얘기다. A씨는 기존 대출에 대해 내던 이자를 좀 더 싸게 낼 수 있게 됐다. 예컨대 1억원 대출에 매년 300만원씩(3%) 이자를 내고 있었다면 이제는 200만~250만원(2~2.5%)의 이자만 내면 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신용상태가 눈에 띄게 개선될 때 금융채무자들이 금융기관에 이자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바로 '금리인하요구권'이다. 2002년 은행여신거래 기본약관을 통해 도입된 이 제도는 현재 은행 뿐 아니라 상호금융, 저축은행, 보험사, 여신전문사 등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이제는 일정요건을 충족한 채무자가 금리인하를 요구할 때 이를 금융기관이 의무적으로 심사토록 하는 내용을 법으로 담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다 돼 감에도 여전히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방안'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경우 18개사 전체가 금리인하요구권과 관련한 세부 운영기준을 내규에 반영하고 있는 반면 2금융권(저축은행 보험 상호금융 여신업 등)에서 내규에 반영한 곳은 37.2%에 불과했다.
또 18개 은행 전부가 상품설명서와 홈페이지를 통해 금리인하요구권의 내용과 이용절차 등을 안내하고 있는 데 반해 2금융권에서 상품설명서에 해당내용을 안내하고 있는 곳은 16.9%에 그쳤고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하는 곳은 27.9%에 불과했다. 상품설명서와 홈페이지 모두를 통해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해 설명해 주는 2금융권은 13.1%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시중은행이라도 그 활용도는 회사별로 큰 편차를 보였다. 국회정무위원회의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국내은행 금리인하요구권 접수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 7월까지 3년7개월간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각각 12만7400건, 12만6200건의 금리인하요구권 행사를 승인한 반면 신한은행, 옛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은 3만건대에 그쳤고 씨티은행은 1만3000건 수준에 불과했다.
제윤경 의원은 "소비자원 설문결과에 따르면 고객들의 67.4%가 은행이 아닌 언론을 통해 금리인하요구권을 알게 됐다"며 "여전히 61.5%의 고객들은 금리인하요구권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전 국민의 60% 이상이 매년 한 번 이상 신용등급이 바뀌는데 자신의 개선된 신용상황에 대해 은행에 어필하는 소비자는 드물다"며 "은행은 대출연체 등 부정적 정보는 고객에게 통보없이 즉각 반영하면서 고객들이 긍정적인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거의 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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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 기본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금리인하요구권 관련논의도 다시 재개되고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입법조사처, 한국금융소비자학회 주최로 열린 한 세미나에서도 이 내용이 논의된 바 있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본법 제정안 6조(금융소비자의 기본적 권리) 조항에 대해 "금융소비자보호기본법은 주로 '판매'시점에 초점을 맞춰 규제체계를 설계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소비자의 기본적 권리에 대해 명시하고 있음은 매우 의미가 크다"며 "금융소비자 보호가 판매단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안 교수는 "이같은 권리는 추상적 권리로서 개별규정으로 구체화되지 않으면 권리행사에 있어서 제약을 받게 돼 실제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이같은 권리가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향후 금융소비자보호기본법이나 관련법령 등에서 실효성 있는 장치들이 고안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예컨대 금리인하요구권이 이에 해당하는데 금융소비자가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때 금융업자가 의무적으로 해당요구를 심사해 그 결과를 통보하게 하는 제도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논의가 금융업자의 조달금리 부담이나 영업의 자유 측면에서 과도한 제한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이에 안 교수는 "금융업자들이 채무자에게 물리는 이자를 정할 때는 신용상황 등 그 사람의 상태를 보면서 비용을 물려서 가져간다"며 "(신용개선 등) 상황이 변하는 것은 금리계약의 중요한 부분임에도 상대방(소비자)에게 권리를 안 주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지 금융업자 자율에 맞길 게 아니라 상황이 바뀐 데 대해 (소비자에게) 협상할 권리를 주는 게 중요하다"며 "금융사의 조달금리 부담 등의 문제는 이미 지금도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곳이 있는 만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에 달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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