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檢 6일 조사서 진술 확보…대법원-청와대 재판개입 사실관계 상당 부분 인정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49·사법연수원 22기)이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행정처 요구가 있어 (개입)했다"는 취지로 전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청와대 인사가 정부와 대법원 사이의 유착 사실을 직접 인정한 것이다.
7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날 곽 전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앞서 검찰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13년 12월 관계부처 장관들과 법원행정처장 등을 공관에 불러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 등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을 두고 긴밀하게 협의한 정황을 파악했다. 검찰은 당시 정부와 대법원 사이에서 피해자들이 승소한 이 재판을 뒤집거나 지연시키려는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이 소송은 대법원에서 5년 동안 진행되지 않다가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청와대의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곧바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검찰은 징용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확정될 경우 한일관계가 경색될 것을 우려해 청와대가 우리 국민들의 대일 손해배상청구권을 무력화하고자 대법원 재판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박근혜정부는 일본과 종국적인 과거사 청산을 논의하는 중이었다.
곽 전 비서관은 당시 강제징용 소송이 청와대 의중에 따라 진행될 수 있도록 세부 실행계획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협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인 곽 전 비서관은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던 2015년 2월 법무비서관에 임명돼 1년 3개월가량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이 즈음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은 강제징용 재판을 최대한 지연시킬 수 있도록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내도록 독촉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6일 곽 비서관을 불러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을 무력화시켰다는 의혹과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 측의 특허소송 관련 소송문건 유출 의혹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여했는지,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등을 캐물었다. 검찰 조사에서 곽 전 비서관은 사실관계를 상당 부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법원행정처의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법원은 현재 이 소송의 절차가 담당 재판부의 자체 검토와 판단에 따라 진행됐다며 재판거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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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검찰은 또 대법원이 소송 관련 문건을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불법 유출했다는 의혹(공무상비밀누설)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다. 곽 전 비서관은 최순실씨의 측근 박모씨가 '의료용 실' 관련 특허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련 정보가 청와대로 흘러들어온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대법원은 박씨의 상대편 소송대리를 맡은 법무법인의 수임 내역과 순위 등 대외비 정보를 청와대에 제공했다. 해당 자료는 법원에서 평소 관리하지 않는 정보로,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특허법원 기획법관 등에게 지시해 별도로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