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심하다고요?…민식이 부모 잘못이 아닙니다

'민식이법' 심하다고요?…민식이 부모 잘못이 아닙니다

이동우 기자
2020.05.02 06:37
서울 성북구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차량이 규정 속도를 초과해 운행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서울 성북구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차량이 규정 속도를 초과해 운행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하는 '민식이법'이 연일 뜨거운 감자다. 억울한 처벌을 우려하는 여론이 고조되면서 민식이 부모에게까지 향하는 형국이다. 법 개정을 위한 건전한 비판이 아니라 인신공격성 비난도 눈에 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청은 지난달 27일 민식이법(개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계기가 된 고(故) 김민식군 교통사고에 대해 운전자 A씨(44)에게 '금고 2년형'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선고를 계기로 온라인상에는 민식이법의 문제를 지적하는 여론이 부쩍 늘었다. 법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는 글보다 김군의 부모를 향해 '똑같이 당해봐야', '부모 때문에 민식이가 욕 먹는다' 등의 비난이 적지 않다.

'금고 2년' 운전자가 억울? 피해자는 아들 잃은 부모
경기 수원시 남부경찰서 직원들이 수원시 권선구 곡정초등학교 앞에서 교통법규위반 운전자에게 스쿨존 안전수칙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 사진=뉴시스
경기 수원시 남부경찰서 직원들이 수원시 권선구 곡정초등학교 앞에서 교통법규위반 운전자에게 스쿨존 안전수칙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번 판결을 두고 '금고 2년'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당시 운전자의 차량 속도가 스쿨존 속도제한 30㎞ 이하인 23㎞정도였다는 점을 들어서다.

스쿨존의 취지는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아이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제한속도 규정만 지켰다고 능사가 아니다. 지난 3월25일 시행된 민식이법은 소급되지도 않았다.

심지어 민식이는 차량에 깔려 숨졌다. 교통사고로는 이례적으로 과하다는 형량이 선고된 것도 이 점때문이다.

판결문에는 민식이가 사고로 차량 밑에 깔렸다고 적혀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의해 전방을 주시하고, 제동장치를 빨리 조작했다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 과정에서 민식이 부모는 운전자와 합의를 하지 않았다. 돈보다 제도를 바꿔 제2, 제3의 민식이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취지라고 수차례 밝혔다. A씨도 법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고 말했다. 민식이 부모는 이번 사건의 명백한 피해자다.

과도한 형벌? 민식이법은 국회의원들이 만들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371회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 /사진=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371회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 /사진=뉴시스

민식이법이 과하다는 비판도 국회를 향해야 한다. 민식이 부모는 아이들을 보호할 법을 만들어 달라고 했을 뿐이다. 법안의 내용이나 처벌 수위 등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민식이법 책임은 법안이 거쳐간 행정안전위원회 의원 22명, 법제사법위원 18명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국회 전체에 있다.

처음 발의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고 한 달만인 지난해 10월11일 발의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이다. 이후 이명수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스쿨존 내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기만 해도 가중처벌 하는 개정안을 냈다. 두 의원이 낸 법안은 지난해 11월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에 올랐다.

당시에도 개정안이 스쿨존 내에서 30㎞ 미만의 속도에도 가중처벌을 하는 등 과도한 형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법사위는 기존 개정안을 폐기하고 새로운 개정안 마련했다. 법사위 안은 다음달인 12월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식이법은 하준이법·파병기간 연장법 등과 묶여 비쟁점 법안으로 우선 통과됐다. 여야가 법안 처리에 이견이 없었다는 뜻이다.

민식이 부모의 틀린 팩트? 비난해서 나아질 일이 없다
경기 수원시 남부경찰서 직원들이 수원시 권선구 곡정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교통법규위반 차량에 대한 계도단속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경기 수원시 남부경찰서 직원들이 수원시 권선구 곡정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교통법규위반 차량에 대한 계도단속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민식이 부모에 대한 비판의 요지는 입법과정에서 국회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소위 '떼법'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민식이 부모가 틀린 팩트를 가져와 여론을 호도했다고 공격한다. 실제로 민식이 부모가 한 말 중에는 'OECD 어린이 사망률 한국 1위', '민식이 사고시 차량 30㎞ 이상 과속' 등 부정확한 부분도 많다.

하지만 이 때문에 민식이 부모를 향하는 비난이나 인격모독이 정당화되진 않는다. 아들을 잃은 피해자인 이들은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아버지 김태양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며 "아이들을 지켜주자고 만들어진 법인데, 괜히 나섰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민식이 부모를 백번 비난해도 법은 스스로 개정되지 않는다. 정말 과도한 형량이 문제라면 법을 만들었고, 고칠 수 있는 국회를 압박해야 한다. 김씨도 "민식이법에 문제가 있다면 수정해도 좋다"며 "수정될 부분은 수정되고, 보완될 부분은 보완돼 완벽한 법으로 바뀌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식이법이 시행된지 한 달, 전국 스쿨존 내 과속 건수는 12만567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건이 줄었을 뿐이다. 과연 우리는 민식이법으로 인해 억울한 운전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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