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적 방사선학 개척자' 한만청 전 서울대병원장 별세

'중재적 방사선학 개척자' 한만청 전 서울대병원장 별세

유선일 기자
2025.12.08 14:10

국내 영상의학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한만청 서울대 명예교수
한만청 서울대 명예교수

서울대학교병원장을 역임한 한만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8일 오전 자택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1934년 10월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기중학교, 경기고등학교,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피터 벤트 브리검 병원에서 3년간 연수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대 의대 영상의학과의 국제화를 도모하며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고인은 혈관조영술과 중재적 방사선학 분야를 포함한 새로운 영상기술을 적극적으로 보급했다. 또 전산화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단층영상기법 발전에 따른 단면해부학 지식의 필요성을 예측해 세계 최초로 사체를 이용한 단면해부학 교과서인 'Sectional Human Anatomy(인체 단면 해부학)'를 국내외에 출간했다. 1999년에는 'Interventional Radiology(중재적 방사선학)' 영문판을 펴냈다.

고인은 방사선 영상 진단 외에 혈관조영술 등 다양한 비수술적 방법으로 실제 환자를 치료하는 새로운 학문 분야인 '행동적 방사선과학(Active Radiology)'의 도입을 주장하며 오늘날 중재적 방사선학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서울대병원 교육연구부장(1982년)과 제2진료부원장(1986년)을 거쳐 1993년 서울대병원장에 선임돼 서울대병원 발전에 기여했다. 교육자로서 열정도 각별했다. 퇴임 후에도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로서 미래 의학 연구의 주역이 될 의대생들의 연구능력을 함양하고 창의적 연구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한만청 연구기금'을 설립, 매년 수여하고 있다.

고인은 혈관중재영상의학계의 세계적 권위자로 평가된다. 한국인 최초 미국영상의학전문의학회(American College of Radioloty, ACR) 명예 펠로우, 세계 최대·최고 방사선학회인 북미영상의학회(Radiological Society of North America, RSNA) 종신 명예회원으로 추대됐다. 이와 함께 유럽, 일본 등 7개의 국제 및 해외 방사선학회 명예회원을 지냈다.

대한의용생체공학회 의공학상(1998년), 대한의학회 분쉬의학상(1998년), 함춘대상-학술연구부문(2001년), 아시아오세아니아방사선의학회 Gold Medal(2002년) 등 수상과 영상의학에 중재적 시술 개념을 도입하고 학회의 국제화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2014년 대한의학회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국내 영상의학 선진화와 국제화를 위해 헌신하고 의학전문학회의 발전과 변화를 이끄는 데 기여한 공로로 2018년 대한의학회 의학공헌상을 받았다.

고인은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이었던 월봉 한기악 선생의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8세에 아버지를, 17세에 어머니를 각각 여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틀 후 한국전쟁을 맞았다. 형들의 징집으로 급작스레 소년가장이 된 고인이 거동이 불편했던 할머니와 형수, 세 살배기 조카를 리어카에 태우고 한강 다리를 건너 가족을 구한 일화는 지인들 사이에서 영웅담으로 남아 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한국전쟁을 몸소 겪었던 고인에게 64세이던 1998년에 세 번째 고비가 찾아왔다. 암 선고였다. 14㎝의 간암이 발견돼 수술받았으나 폐암으로 전이돼 수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특유의 긍정적 사고와 평소 약을 멀리했던 생활습관 덕에 항암제가 특효를 발휘해 기적적으로 완치됐다. 이후 자신의 투병기를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라는 책으로 펴내는 등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료 신뢰 구축과 건강한 삶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며 암과 싸우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과 희망을 줬다.

유족으로는 아내 김봉애 씨, 딸 숙현·금현·지현 씨, 사위 조규완(이화산업㈜ 회장)·백상익(풍원산업㈜ 대표)·장재훈(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고 10일 오전 7시에 발인한다. (02)2072-2091. ※조문은 8일 17시부터 가능하며 조화, 조의금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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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일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등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 대학원에서 국가정책학을 공부했습니다. 2022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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