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인들의 양육비 미지급을 둘러싼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법원 판결이나 각종 제재에도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자 양육비 미지급을 개인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며 국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지난해 7월부터 국가가 양육비를 우선 지급하고 나중에 비양육자에게서 이를 회수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적은 선지급액과 낮은 회수율 등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유명인들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종합격투기 선수 배명호의 전 아내는 지난 18일 SNS를 통해 배명호가 이혼 후 양육비 지급 등 부모의 책임을 회피하고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배명호는 "전 배우자에게 매달 양육비를 포함해 약 550만원을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양육비와 별도의 비용, 자신의 생활비 등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 금액을 나눠 지급하거나 지급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지난달에는 방송인 홍서범·조갑경 부부의 전 며느리가 SNS를 통해 양육비 미지급 사실을 호소했다. 그는 "양육비 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여전히 받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시부모였던 홍서범 부부에게도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받지 못했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홍서범 부부는 서면을 통해 사과하고, 아들이 위자료와 양육비 지급 의무를 이행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출신 김동성은 이혼한 뒤 두 자녀에 대한 양육비 90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전처 오모씨는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 운영자에게 김동성의 정보를 제공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지난해 검찰에 넘겨졌으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당시 경찰은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명예훼손 위험까지 감수하며 양육비 미지급 사실을 폭로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것은 그만큼 개인이 양육비를 받아내기 어려워서다. 실제 성평등가족부의 '2024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2951명 중 양육비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71.3%였다.
한부모 10명 중 7명이 법원의 양육비 지급 판결이나 각종 제재에도 불구하고 실제 양육비를 받기까지 또 다른 싸움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양육비 미지급을 개인 간 채무 불이행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양육비는 부모의 사적 분쟁을 넘어 자녀 성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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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관련 제도를 지속해서 강화했다. 2021년부터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에 대해 △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 △ 명단 공개 등 제재를 가하고 있다. 2024년에는 감치명령을 받지 않았더라도 이행명령을 통해 제재할 수 있도록 했고, 지난해에는 명단 공개에 앞서 채무자가 소명할 수 있는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10일로 단축했다.
하지만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계속되자 지난해 7월부터는 '양육비 선지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18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가 양육비를 받지 못할 경우 국가가 자녀 1명당 월 20만원을 먼저 지급하고, 이후 비양육자로부터 해당 금액을 회수하는 제도다.
다만 선지급액이 실제 양육비 부담에 비해 턱없이 적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선지급액은 서울가정법원의 양육비 산정기준표상 부모 합산소득이 가장 낮은 구간의 최저 양육비 수준을 고려해 책정됐다. 국가가 먼저 지급한 양육비를 비양육자로부터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을 고려해 최소한의 양육을 보장하는 수준에서 설계됐다.
결국 선지급한 양육비를 안정적으로 회수하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지난해 7~12월 정부가 선지급한 양육비 77억3000만원에 대한 회수율은 9.4%에 그쳤다.

해외 복지 선진국들은 수십년 전부터 국가가 양육비를 먼저 지급한 뒤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노르웨이(1957년), 핀란드(1963년), 스웨덴(1964년), 덴마크(1969년), 독일(1979년)은 양육비 선지급제를 일찌감치 도입했다.
핀란드에서는 사회보험기관인 켈라(Kela)가 양육비를 선지급한다. 올해 기준 자녀 1명당 월 198유로(약 32만원)다. 켈라는 양육비에 연체 이자까지 포함한 금액을 비양육자에게서 회수한다. 정해진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으면 강제징수 절차를 통해 회수한다.
스웨덴의 경우 양육비 선지급 전담 기관인 사회보험청이 국세청 등과 연계해 비양육자 소득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선지급액을 산정한다. 급여에서 양육비를 직접 공제하는 시스템이 있어 회수율이 높은 편이다. 최소 12개월 동안 비양육자가 선지급금을 상환해야만 국가가 대지급을 중단한다.
독일은 자녀가 성장할수록 양육비 부담이 커지는 점을 고려해 연령별로 선지급액을 차등화하고 있다. 올해 기준 △0~5세 227유로(약 36만원) △6~11세 299유로(약 48만원) △12~17세 394유로(약 63만원)다.
우리 정부도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개인 간 분쟁에 맡기기보다 국가가 개입하고 회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는 '양육비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형사처벌을 현행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형사처벌까지 걸리는 유예기간도 현행 1년에서 6개월로 줄어든다.
채무자 동의 없이 출입국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대상도 확대한다. 현재는 양육비 선지급 채무자에 한정돼 있지만, 앞으로는 양육비 이행 확보 지원을 받는 채무자까지 범위를 넓힌다. 또 선지급금 회수를 강화하기 위해 국세청 체납관리단에 체납 정보를 제공하고, 국세청이 체납자에게 납부를 독려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고의적인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책임을 더 분명히 하고, 실제 양육비 지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 실효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