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개혁위원회 첫 권고안…경찰청 "권고 수용해 이행계획 마련"
가해자 석방·출소 예정도 사전 통지…재피해 방지 강화
국선변호사 지원 대상·조력 범위 단계적 확대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남준 경찰 수사개혁위원회 위원장이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8.03.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8/2026083116105640973_1.jpg)
범죄피해자가 수사 진행 상황을 안내받고 의견을 내거나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권리를 넓히는 방안이 추진된다. 전국 경찰서에 피해자 보호 전담조직을 두고 법률·의료·심리 등 필요한 지원을 연계하는 체계도 마련된다.
경찰 수사개혁위원회는 31일 이같은 내용의 '범죄피해자의 지위·보호·지원 강화를 위한 경찰 수사체계 개편'을 제1차 권고안으로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범죄피해자가 단순한 보호·지원 대상이나 수사 협조자가 아닌 형사사법절차에서 독자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주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 현행 '범죄피해자 보호법'을 '범죄피해자의 지위 및 보호·지원에 관한 기본법'으로 전부 개정하고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률도 손질할 것을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피해자가 사건의 접수·진행·처리 결과를 통지받고 주요 처분의 이유를 설명받을 권리를 법률에 명시하도록 했다. 의견이나 자료·증거를 제출하고 수사 및 증거 확보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권리, 수사·재판기록에 접근할 권리, 불송치·불기소 등 주요 처분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 등도 포함됐다.
법 개정 전이라도 경찰이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조치는 곧바로 추진하도록 했다. 범죄수사규칙과 피해자 보호·지원 관련 규정을 개정해 사건 접수와 담당자 변경, 사건 이송, 수사 장기화, 송치·불송치 등 주요 진행 상황을 피해자에게 알리고 이의제기·불복 절차도 함께 안내하도록 했다.
스토킹·교제폭력·가정폭력 등 재피해 위험이 높은 사건에서는 가해자의 석방이나 출소 예정 사실을 피해자에게 미리 알리는 방안도 제시됐다. 사건 초기 한 차례 위험도를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사 과정에서 위험 변화를 계속 확인해 보호조치를 조정하도록 했다.
경찰의 수사·대응 방식도 피해자 보호 관점에서 손볼 것을 주문했다. 주요 사건이나 피해자 보호 필요성이 큰 사건은 초기 증거 확보와 수사 지연, 재피해·2차 피해 방지 여부 등을 함께 점검하도록 했다. 수사 방향을 크게 바꾸거나 수사 범위를 축소·분리하는 등 중요한 수사지휘는 근거와 내용을 기록해 사후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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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위원회 출범의 계기가 된 장윤기 사건에서 부실 수사와 수사지휘·사건관리 문제가 불거진 점을 반영한 것이다. 위원회는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에서 반복된 위험징후에도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고, 최근 제주 장기실종 사건에서도 초기 판단과 사건관리의 허점이 드러났다고 권고 배경을 밝혔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열린 경찰 수사개혁위원회 회의에서 김남준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6.08.03.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8/2026083116105640973_2.jpg)
피해자 보호 전담조직도 경찰청부터 일선 경찰서까지 별도로 구축하도록 했다. 경찰청에는 신설 예정인 여성청소년국 산하에 '범죄피해자보호담당관'에 준하는 총괄조직을 두고, 시도경찰청에는 범죄피해자보호과를 설치하는 방안이다. 전국 경찰서에는 원칙적으로 '범죄피해자보호계'를 설치하고 업무량이 많은 곳은 '과' 단위로 확대하도록 권고했다.
피해자가 지원기관을 직접 찾아다니는 불편도 줄인다. 위원회는 경찰서를 수사 단계의 기본 접점으로 삼아 피해자의 법률·의료·심리·주거·복지 등 지원 필요성을 확인한 뒤 관계기관과 연결하도록 했다. 피해자 동의를 전제로 기관 간 정보시스템을 연계해 피해사실을 반복해서 설명하거나 자료를 여러 차례 제출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도 확대한다. 현재 성폭력·아동학대·스토킹·특정강력범죄 등에 한정된 지원 대상을 가정폭력·교제폭력 등 중대범죄와 보복·재피해 위험이 큰 사건으로 단계적으로 넓힐 것을 제안했다. 중대한 피해나 재피해 위험이 있는 경우 최초 피해자 조사 전부터 국선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선정 절차도 앞당기도록 했다.
국선변호사의 역할도 피해자 조사 동석에 그치지 않고 증거·의견 제출, 수사진행 확인, 불송치·불기소에 대한 불복, 공판 참여, 배상명령과 손해배상 등 피해회복까지 이어지도록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피해자의 이익을 독립적으로 대변하는 별도의 범죄피해자 법률조력기관을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경찰청은 권고 내용을 수용해 세부 이행계획과 추진 일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자체 규정 개정만으로 가능한 사항은 우선 시행하고, 전담조직 설치와 다기관 협력체계 등은 2027년 상반기까지 구체화하기로 했다. 법 개정이나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한 과제는 2027년 말까지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찰 수사체계 개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위원회와 적극 소통·협력하며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