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익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방문은 한국 외교가 실용외교 1단계를 완성하고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대통령은 9월 7일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제1회 뤼미에르 정상회의'를 공동 주재한다. 영화와 글로벌 콘텐츠 거버넌스를 논의하는 문화·과학기술·가치 정상회의를 주도하면서 안보와 경제를 중심으로 전개해 온 실용외교의 외연을 문화와 미래산업으로 확장한다.
인공지능(AI)이 영화·드라마·게임 등 콘텐츠 산업에 가져올 변화와 새로운 산업모델을 세계 지도자들과 함께 논의하는 것은 한국의 문화적 소프트파워를 국제규범 형성에 기여하는 외교적 자산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다. '케이(K)-컬처'의 세계적 위상을 더 격상시킬 것이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은 한미동맹을 안정시키고 중국·일본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 인도와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 및 지역과 협력을 넓혀왔다.
이제 전략적 외교 자율성과 다자주의를 축으로 독자적 외교 공간을 확보해 온 프랑스와의 협력을 통해 AI 시대 문화외교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게 된다. 한국 외교는 '안보·경제 복합외교'에서 '미래산업·문화·가치를 아우르는 전방위 네트워크 외교'로 발전할 것이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격상하고 AI·양자·우주·원자력·과학기술·교육·문화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며 문화와 기술의 중견국 다자주의 연대를 구축하는 것은 한국외교의 큰 발전이다.
세계로 확산된 K-콘텐츠와 한국의 첨단기술, 그리고 문화·예술을 외교자산으로 활용해 온 프랑스의 경험을 결합한다면 새로운 협력 모델도 창출할 것이다.
이제 한국은 중견국 책임실용외교 2단계로 접어든다. 이번 방문 성과를 9월 후반 유엔, 11월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12월 마이애미 주요 20개국(G20) 정상외교와 연계해 외교적 시너지 효과를 높여야 한다.
전작권을 환수하면서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하되 중국·일본·EU와의 협력을 심화하고, 인도·아세안·중동·중남미·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와의 관계도 확대해야 한다. 특정 진영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외교적 자율성을 키우는 것이 중견국 한국의 책임있는 실용외교다.
외교 지평의 확대와 함께 한반도 평화도 더 강화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북러 군사협력으로 안보환경은 불안하다. 확고한 한미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면서 남북대화의 문을 열고 북미대화 재개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제재와 억지를 넘는 북한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에도 한반도 안정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함을 설득하여 대화와 협력의 공간을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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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문화 영향력, 세계 5위 국방력, 10위권의 경제력과 기술력을 가진 한국은 더 이상 국제질서 변화에 수동적으로 끌려갈 필요가 없다. 동맹을 바탕으로 외교적 자율성을 키우고, 국익과 국제적 책임을 조화시켜 한반도 평화와 세계의 공동번영에 기여하는 것이 프랑스 방문 이후 한국 외교가 나아갈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