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서 '야차룰 싸움' 내몰린 20대 사망…2명 구속
싸움 영상 촬영·유포·도박·금품 갈취까지…"합의 아닌 강요된 폭력"

힘의 우위에 있는 학생이 상대에게 싸움을 강요하고 이를 촬영해 온라인에 유포하는 이른바 '야차룰'이 학교폭력의 새로운 유형으로 번지고 있다. 단순한 싸움을 넘어 영상 판매와 도박, 협박 등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나면서 이를 놀이가 아닌 폭력 범죄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5월29일 충북 청주에서는 20대 여성 A씨가 야차룰 방식의 싸움에 내몰렸다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청주 상당경찰서는 싸움을 강요한 혐의(공동강요)로 연인 사이인 20대 남녀 2명을 구속했다. 싸움에 가담해 A씨를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를 받는 10대 여성 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야차룰은 장소나 규칙, 보호장구 없이 맨몸으로 싸우는 방식을 뜻하는 은어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야차룰'은 싸움에 앞서 '다치거나 죽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하는 등 서로 합의한 싸움이라는 형식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야차룰이 싸움 자체에 그치지 않고 영상 촬영과 유포, 도박, 금품 요구 등으로 범죄 양상이 확대된다는 점이다. 유튜브와 X 등에서는 조회수가 수백만회에 달하는 야차룰 영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석민 BTF 푸른나무재단 학교폭력SOS센터 과장은 "SNS에서 실시간으로 싸움을 중계하거나 텔레그램 등에서 영상을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며 "조회수와 팔로워를 늘린 뒤 계정을 판매하고, 싸움의 승패를 놓고 돈을 거는 도박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촬영된 영상이 피해자를 상대로 한 협박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가 등장하는 영상을 단체 대화방 등에 올린 뒤 '영상을 지우고 싶으면 돈을 보내라'며 금품을 요구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겉으로는 당사자 간 '합의'를 내세우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힘의 우위를 이용한 강요가 숨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학교폭력 피해와 2차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야차룰'을 단순한 놀이가 아닌 범죄로 인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백형 서울 동작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SPO·팀장)은 "야차룰을 거절하면 '겁 먹었다'는 낙인이 찍히고, 받아들이면 폭력에 노출된다"며 "형식적인 합의와 달리 실제로는 강요된 폭력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자극적인 싸움 영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강한 사람을 영웅처럼 소비하고, 싸움이 인정받는 방법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된다"며 "폭력이나 싸움 강요, 영상 유포 등이 모두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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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민 과장도 "피해 학생이 학교 폭력으로 신고하면 되레 신고자가 문제인 것처럼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며 "'합의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잘못됐다는 점을 교육하고 폭력뿐 아니라 영상 촬영·유포 등 온라인 행위까지 포함한 선제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청과 교육부는 지난달 야차룰에 대한 신종 유형 발생경보를 발령하고 SPO를 통한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