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부산 북항에 나타난 흑상어 '부캉이'를 단순한 구경거리로 여길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태학자인 최 교수는 지난 1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 공개한 영상에서 부산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 머무는 부캉이에 대해 "사실은 이 상황이 그렇게 즐길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캉이는 지난달 18일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서 처음 발견된 몸길이 약 3m의 암컷 흑상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6일 정밀 관찰을 통해 부캉이가 멸종위기종인 흑상어라고 확인했다.
부캉이를 보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북항 친수공원 누적 방문객은 140만명에 육박했다. 당국은 두 차례에 걸쳐 부캉이를 바다로 돌려보내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최 교수는 부캉이의 출현이 수온 상승과 관련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우리나라 동해에 요즘 열대 상어들이 심심찮게 올라와 있다"며 "수온이 상승하는 바람에 열대 물고기들이 상당히 많이 우리나라 동해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어가 먹잇감인 물고기 떼를 쫓아 이동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어떻게 보면 기후변화의 현장을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즐기고 있는 그 이면에는 기후변화라는 참 끔찍한 자연 변화가 드디어 우리 바다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기후를 연구하는 학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달가운 모습만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부캉이가 수로 가장자리를 따라 헤엄치는 모습 때문에 '관종 상어'라는 별명이 붙은 데 대해서도 다른 해석을 내놨다.
최 교수는 "야생동물이 인간에게 오히려 가까이 접근한다는 건 거의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왜 물가에 가깝도록 움직이는가 하는 건 그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캉이가 수로에 계속 머무는 이유로는 수온과 먹이 환경을 꼽았다. 수로의 물이 바깥 바다보다 따뜻하고 먹이가 되는 물고기도 많아 당장 떠날 이유가 없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독자들의 PICK
지금 3,185명 읽는 중
방향 감각을 잃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상어는 지구 자기장을 감지해 이동하는 동물인데, 수로 주변의 인공시설과 건물이 방향 감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부캉이를 바다로 돌려보내려는 구조 작업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리한 수준까지 하다가 자칫 그 아이가 다칠 위험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자연의 한 구성원으로서 생명체로 존중한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그 친구의 결정을 따르는 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캉이에게 신체적·행동적 이상이 없다면 스스로 바다로 돌아갈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다만 수온이 급격히 내려갈 경우 부캉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했다.
부캉이를 향한 지나친 관심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최 교수는 "100만명이나 되는 많은 분이 가서 열광하는 것을 보면서 약간은 기괴하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라며 "왜 우리는 이런 현상에만 열광할까. 이런 일이 왜 벌어졌을까 하는 것도 조금은 서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어 한 마리가 수로에 들어왔으니까 이렇게 열광하는 것"이라며 "한 2년 후에 흑상어 10마리가 거기 들어왔다면 안 가 보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기후변화가 정말 본격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구경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이 심각한 기후변화의 시대에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한번 생각해 보고 일행과 토론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