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 허위 답변 자료를 제출한 혐의를 받는 전직 국방부 기획관리관에 대해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6일 공전자기록위작 및 행사 혐의를 받는 유균혜 전 국방부 기획관리관에게 징역 6개월의 형 선고를 유예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모 전 국방부 조직총괄담당관에 대해선 징역 4개월의 형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법원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범죄가 경미한 경우 형의 선고를 미뤄주는 판결이다.
채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지난 5월19일 유 전 관리관에게 징역 2년을, 이 전 담당관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먼저 이들이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의 내용이 허위인지 판단했다. 재판부는 군 수사조직 개편안 감축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으므로 '군 수사조직 개편 계획을 검토한 바 없다'는 취지의 답변서는 허위라고 봤다. 재판부는 "내부적으로 검토한다고 하더라도 감찰에 해당한다"며 결정권자의 선택을 돕기 위한 검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국회 답변서 작성 및 전자기록 제출행위에 대한 위법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행정부처에 대한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는 행정부를 감시·통제하는 주요 수단"이라며 "답변 의무 성립 여부를 떠나 답변하기로 결정한 이상 사실대로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군 수사조직 개편안 감축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사실이 있음에도 2회에 걸쳐 국회 질의에 '검토한 바 없다'고 거짓 답변을 제출하고 전자 시스템에 업로드한 점은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선고를 유예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재판부는 "법적으로 답변 의무가 없는 국회 질의에 대해 답하는 과정에서 행해져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군경찰 감축안을 없던 거로 하자'는 상부의 지침이 있던 점 △국방부가 군·경찰 조직 감축을 검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낸 점 등을 참작해 "피고인들이 사실대로 답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허위로 답변을 내자는) 원인을 직접 제공한 상관은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며 공소제기가 되지 않았다"며 "이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유 전 관리관과 이 전 담당관에게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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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관리관은 지난 2023년 8월 군 수사조직 개편안과 관련한 국회의원실 서면질의에서 '군 수사조직 개편 계획을 검토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답변서를 국회 의정 자료 전자 유통 시스템에 올린 혐의를 받는다.
채 해병이 순직 이후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이 '군사경찰 인력을 50% 이상 감축하라'는 지시를 했고 유 전 관리관이 이에 관한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는 상황을 알면서도 허위 답변을 했단 것이 특검팀 시각이다.
특검팀 조사에 따르면 국방부 기획관리관실은 군 수사 인력을 799명에서 399명으로 감축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 계획 보고서를 작성했다.
특검팀은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 상부의 지시를 듣지 않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 등을 혐의자로 경찰에 넘기려 하자 보복성으로 군사경찰 인력을 감축하려 검토한 것으로 의심한다. 특검팀은 유 전 관리관이 수사외압과 그 과정을 은폐하기 위해 의정활동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임 전 비서관은 4월 유 전 관리관 공판 증인으로 출석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군사경찰의 수사 역량을 지적하며 군사경찰 수사 인력을 감축하라 지시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유 전 관리관은 국방부 최초 여성 고위공무원으로 알려졌다. 유 전 관리관은 1996년 행시 39회로 임용돼 국방부 정책홍보과장, 보건정책과장, 재정계획담당관, 군수기획과장, 보건복지관, 계획예산관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