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세계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의 에피소드 #2.
지난 해 8월29일 저녁 세계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 전야제가 모 호텔에서 열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본능 총재를 비롯해 홍보대사를 맡은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 등 야구계와 공동 주최사인 서울시 부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 수많은 VIP들이 참석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전야제 시작을 20분도 남겨 두지 않은 시점까지 자리 배치도가 완성되지 않아 낭패를 겪었다. 가까스로 수작업을 해 임시 좌석 배치도를 만들어 겨우 행사 장소 앞에 배치해 일대 혼란을 막을 수 있었다. 호텔 측과 행사 진행사 측이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엉뚱한 일이 또 터졌다. 아직 내 외빈들이 행사 장소에 입장을 다 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 요원이 행사장의 조명을 끄고 홍보 영상을 틀어 버린 것이었다. 마침 대한야구협회 임원이 옆에 있어서 황급히 불을 켜게 하고 영상을 끄도록 해 마치 시험 가동을 하면서 분위기를 띄운 것으로 잘 넘어갔다. 조명을 끈 상태에서 그 홍보 영상이 계속됐다면 사회자들도 자리를 잡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가 우왕좌왕하고 수습이 불가능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세계청소년대회 당시의 해프닝을 대표적으로 소개했는데 이 역시 오랜 기간 세계대회를 유치해본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최대 규모의 행사를 펼치다 보니 미처 예상하고 대비하지 못한 일이 생긴 것이다. 그 만큼 국제 대회는 유치를 시작으로 생각하고 치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

◇ 국제 대회 유치를 위한 인프라 1-야구장
대한야구협회는 제25회 18U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를 유치하면서 인프라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공동 주최에 나선 서울시가 동대문야구장 대체 구장인 고척동 구장을 2012년 3월 이내 완공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프로야구 구장이 아닌 고척동 돔 구장을 메인 구장으로 해서 프로야구가 열리는 잠실과 목동 구장을 프로 경기가 없을 때 번갈아 이용하면 된다. 훈련 보조 구장인 신월과 구의 구장은 이미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런데 차질이 빚어졌다. 고척동 구장이 하프 돔에서 완전 돔으로 변경됐고, 거기에다가 서울시의회에서 향후 운영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냐에 의문을 표시했다. 돔구장의 경우 냉 난방 음향 등 여러 가지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그래서 다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영화관 쇼핑 등 부대 시설을 하기로 했다. 건립 비용도 가령 당초 하프돔일 때 600~700억원하던 금액이 돔구장이 되면서 1,000억원에 달하게 됐고, 다시 부대시설과 주차장을 보강하면서 1,500억원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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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야구협회는 고척동 돔구장이 2013년 말 개장하는 것으로 늦어지면서 서울시와 1차 협의해 인천 문학구장, 혹은 수원 구장에서 예선 경기를 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런데 이 계획은 서울시의 예산 집행 쪽에서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의 예산이 집행되는 행사를 서울 밖에서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한야구협회는 일부 예선 경기를 신월과 구의 구장에서 하려고 했다. 그러나 신월과 구의 구장은 관중석과 중계 시설이 없다. 실사를 온 국제야구연맹 관계자들에게 신월과 구의구장을 시찰하게 하고 경기 허가를 요청했으나 국제야구연맹은 단호하게 불가능함을 밝혔다.
그런데 문제는 2012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스케줄이 2011년 11월 이미 확정돼 서울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기간(2012. 8.30-9.8)과 경기 일정이 겹친 것이다. 넥센 히어로즈가 홈으로 사용하는 목동 구장은 문제가 없으나 두산과 LG가 공동으로 사용해 월요일을 제외하면 쉬는 날이 없는 잠실구장은 최소 4일이 중복됐다.
서울시는 대한야구협회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서로 양보하면서 최선의 방안을 찾아달라고 했으나 도무지 방법이 없었고. 한국야구위원회와 두산, LG 등 프로구단들이 한국야구 발전과 국제적 위상 강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해 마침내 잠실 구장 사용이 가능해졌다.
개막을 목전에 두고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8월29일 프레스 컨퍼런스와 전야제까지 성공적으로 개최했는데 정작 공식 개막식과 한국의 개막 경기가 열릴 8월30일 폭우가 쏟아졌다. 결국 잠실구장에서 개막전을 하지 못하고 8월31일부터 경기가 시작됐다. 이 역시 고척동 돔구장이 완공됐다면 문제가 없을 사안이었다.
국제대회의 경우 많은 국가가 초청되기 때문에 주최국의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우천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예비 일을 하루, 혹은 최대 이틀 정도를 정해둔다. 서울세계청소년은 마지막 결승전을 앞두고도 비가 와 관계자들 및 참가국 선수단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바로 돔구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서울세계청소년대회의 경우 결승전 등 주요 경기들을 목동구장에서 마무리 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 올림픽이 열린 잠실 구장을 이용하지 못했다.
현재 한국에 세계 규모의 국제 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도시는 서울과 부산 정도 밖에 없다. 그 외의 도시는 야구장 인프라가 된다 하더라도 또 하나의 중요한 인프라인 호텔 등 숙소를 확보하기 어렵다.
물론 국제대회가 인프라 확충에 도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광주에 유치하면서 광주에는 신축 구장 건립이 빨리 확정돼 2012년에 공사를 시작했다. 정부 예산이 투입됐기 때문에 신규 구장 설립이 쉬웠다.
대한야구협회 강승규 전 회장이 국회의원 시절 발의해 2009년12월31일 국회에서 통과시킨 국민체육진흥법과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안을 통해 구장 개보수에 대한 정부 지원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이 4회 혹은 5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을 유치하려면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야구장이라는 것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다. (☞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