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50) 감독의 타순 조정 의도가 제대로 먹혔다. 개막 후 15타수 무안타 부진에 빠졌던 강민호(41)가 17년 만의 9번 타순에서 폭발적인 타격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은 4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경기에서 KT 위즈에 8-6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4연승을 질주한 삼성은 4승 1무 2패, 2연패에 빠진 KT는 5승 2패가 됐다.
시작부터 삼성에 악재가 있었다. 우익수 김성윤이 왼쪽 옆구리 불편함으로 2회말, 유격수 이재현이 오른쪽 햄스트링 통증으로 3회말 수비를 앞두고 교체된 것. 그럼에도 삼성은 집중력 있는 장·단 14안타를 몰아치며 화력에서 KT를 압도했다. 그중에서도 안방마님 강민호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강민호는 전날(3일)까지 개막 후 5경기 15타수 무안타로 침묵 중이었다. 이같은 부진에 사령탑은 전날 2-1로 앞선 9회말 장진혁의 2루 도루 저지를 결정적인 순간으로 꼽으며 선수단 맏형을 감쌌다.
경기 전 박진만 감독은 "강민호가 지금 당장 공격은 안 되더라도 수비에서 팀을 이끌고 있다. 어제(3일)도 9회 (김재윤의) 삼진도 좋았지만, 2루 도루를 잡으면서 상대 벤치에 찬물을 끼얹고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가져왔다. 3일 경기 승리 이유는 강민호의 9회말 도루 저지 때문이었다"고 힘을 실어줬다.
그러면서도 타순은 9번으로 내려 팀 타선을 살리고 부담을 덜어줬다. 강민호가 선발 라인업에 9번 타순으로 나선 건 롯데 자이언츠 시절인 2009년 6월 5일 잠실 두산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강민호는 그 믿음에 강렬하게 응답했다. 17년 만에 나선 9번 타순에서 강민호는 4타수 3안타 4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안타도 하나같이 영양가 만점이었다. 4-5로 지고 있던 4회초 2사 3루에서 동점 적시타를 터트렸고, 6-6 동점이던 8회초 1사 2, 3루에서 중전 2타점 적시타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강민호는 "편안하게 타석에 섰고 적시타가 많이 나와 좋았다"라며 "(마지막 안타에) 형우 형이랑 자욱이가 많이 기뻐해 줬다. 많은 동료가 이렇게 응원해준 덕분에 잘할 수 있었다. 시즌 마지막까지 뭉쳐서 잘해보려 한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8회 적시타 때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여기까지만 치자고 간절하게 속으로 외쳤다. 앞에 안타 두 개는 중요하지 않고 여기서 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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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의 합류로 LG 트윈스와 함께 우승 후보로 분류됐던 삼성은 뜻밖에 롯데에 덜미를 잡혀 개막 2연패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1무 뒤 파죽지세로 4연승을 달려 분위기를 금세 반전시켰다. 그 상대 중 하나가 개막 5연승이던 KT여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강민호는 "개막 2연전 때는 롯데 타선이 너무 좋았다. 아직 시즌은 길고 그다음부터는 우리 야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2연패에) 별로 연연하지 않는다. 그냥 페넌트레이스 끝까지 한 번 즐겨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이 보여준 모습은 경기 전 박진만 감독이 말한 그대로였다. 박진만 감독은 "시즌 개막 전 우리 보고 타격의 팀이랬는데 지금 우리는 투수의 팀이다. 투수력으로 잘 막아주고 있다"고 농담했었다.
이 말을 들은 강민호는 "그게 강팀으로 가는 길인 것 같다. 투수가 힘들 땐 야수가 힘내고, 야수가 힘들 땐 투수가 막아주면 된다"라고 힘줘 말하며 "정말 기분 좋다. 오랜만에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