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로 앞서 있었다고는 하지만 경기 중반 1선발의 갑작스런 이탈은 걱정을 자아낼 만했다. 그 우려를 문승원(37·SSG 랜더스)이 말끔히 씻어냈다. 전날 던지고 또 등판해 완벽한 투구로 사령탑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문승원은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팀이 6-1로 앞선 5회말 구원 등판해 3이닝을 실점 없이 완벽히 틀어막았다.
5연승 이후 2연패에 빠져 있었다. 이숭용 감독은 경기 전 전날 경기를 복기하며 마무리 조병현을 길게 사용한 것을 후회했다. "연승 다음에 연패가 따라오는 걸 다 아니까 빨리 이겨서 리셋하려고 했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날 연장까지 갈 수 있었던 것도 문승원의 역할이 컸다. 5-2로 앞서가던 8회말 올 시즌 완벽한 투구를 펼치던 김민이 등판했는데 볼넷과 수비 실책 이후 스트레이트 볼넷, 몸에 맞는 공으로 실점했다.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김민을 대신해 무사 만루에서 급하게 문승원을 투입했다.
최재훈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승계 주자 한 명의 득점을 허용했지만 아웃카운트를 늘린 게 더 중요했다. 이진영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 2루에서 선행주자를 잡아낸 문승원은 1점 차 리드에서 조병현에게 공을 넘겼다.
경기 전 이 감독은 "오늘 기대가 큰데 화이트가 조금 더 긴 이닝을 가져가야 되니까 초반부터 적극적인 승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정작 화이트는 이닝당 투구수가 20구를 훌쩍 넘겼지만 감독의 바람을 베테랑 투수 문승원이 실행에 옮겼다.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 이날도 불펜에 대기하던 문승원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급하게 등판을 준비했다. 4회까지 85구를 던져 5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1실점 호투하던 화이트가 5회말엔 등판하지 않았고 문승원이 대신 마운드에 올랐다.
SSG 구단 측은 "화이트가 우측 어깨 부근에 타이트함 느껴,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11구를 던졌던 문승원은 갑작스러운 등판에도 씩씩하게 한화 타선을 제압했다. 5회 첫 타자 요나단 페라자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시작했으나 이후 세 타자를 깔끔히 처리했다. 강백호와는 8구 풀카운트 승부를 펼친 끝에 떨어지는 포크볼로 삼진을 잡아내 이닝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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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와 7회에도 각각 몸에 맞는 공과 안타 하나를 내주며 출루를 허용했으나 흔들림 없이 이닝을 끝냈다. 55구로 3이닝 동안 단 1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직구 최고 시속은 148㎞를 찍었고 두 가지 종류의 패스트볼을 33구 던졌고 포크볼과 커브, 슬라이더까지 섞으며 한화 타자들을 제압했다.
경기 후 문승원은 "우선 팀이 이겨서 기분 좋다. 연패를 끊어내는데 좋은 역할을 해서 뿌듯하다"며 "오늘은 내가 긴 이닝을 끌고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어제 필승조를 썼고, 점수차도 크게 벌어졌다. 내 역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2022시즌을 마친 뒤 5년 55억원에 비FA 다년 계약을 맺을 당시만 해도 선발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에도 대부분을 선발로 나섰지만 4승 7패, 평균자책점(ERA) 5.13으로 부진했고 올 시즌엔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다.

문승원은 "야구를 대하는 마음가짐은 항상 똑같다. 올해는 불펜이라 언제 등판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등판도 선발보다 잦기 때문에 빠른 회복에 중점을 두고 몸을 관리 중"이라고 덤덤히 말했다.
그럼에도 12경기에서 15⅔이닝을 책임지며 1승 1홀드, ERA 1.15로 특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사실상 필승조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문승원은 "카운트 싸움이 잘 되고 있다. 흐름을 읽으려고 노력 중인데 그 부분이 제일 잘되고 있다. 그러면서 경기도 잘 풀리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목표는 크지 않다. "작년처럼 아프지 않는 게 최우선"이라는 문승원은 "건강하게 풀타임을 치르고 싶다. 또 팀 성적도 좀 더 좋을 수 있게 보탬이 되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