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패' 속 유일하다시피 빛난 '슈퍼세이브'... 그럼에도 자책한 이기혁 "패배는 우리가 자초한 일" [월드컵 현장]

'굴욕패' 속 유일하다시피 빛난 '슈퍼세이브'... 그럼에도 자책한 이기혁 "패배는 우리가 자초한 일" [월드컵 현장]

몬테레이(멕시코)=박건도 기자
2026.06.2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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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혁은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남아공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 선발 출전해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내는 등 활약했으나 팀은 0-1로 패배했다. 경기 후 이기혁은 초반 실수와 집중력 부족이 경기력에 영향을 끼쳤으며 패배는 선수들이 자초한 일이라고 자책했다. 한국은 조 3위로 밀려나 타 조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며 이기혁은 다음 경기를 위해 더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3차예선 대한민국 대 남아공 경기가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BBVA에서 열렸다. 후반전  선제골을 허용하며 남아공에 0-1로 패해 조3위에 머문  대표팀, 이기혁이 경기 후 주저앉아 있다. /사진=김진경 kim.jinkyung@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3차예선 대한민국 대 남아공 경기가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BBVA에서 열렸다. 후반전 선제골을 허용하며 남아공에 0-1로 패해 조3위에 머문 대표팀, 이기혁이 경기 후 주저앉아 있다. /사진=김진경 kim.jinkyung@

이번 대표팀 최고 신데렐라로 꼽히는 수비수 이기혁(강원FC)은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월드컵 최종 명단 발탁 전까지 A매치 출전 경력이 단 1회에 불과했던 그는 주전 수비수 김태현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인해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세 경기 연속 스토퍼로 선발 출전하며 대표팀의 후방을 지켜왔다.

이기혁은 25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의 에스타디오 BBVA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A조 3차전 남아공과 경기에 선발 출격해 풀타임을 책임졌다.

앞선 멕시코전에서는 골키퍼 김승규와의 아쉬운 소통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미드필더 출신다운 날카로운 패스와 후방 플레이메이킹 능력은 홍명보호의 큰 무기였다. 특히 이날 남아공전에서는 전반 19분 상대 마세코의 결정적인 슈팅을 몸을 던져 막아내며 사실상 한 골을 넣은 것과 다름없는 '슈퍼 세이브'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빈공 끝에 무득점에 그치며 0-1로 패배하며 조3위까지 밀려났다. 이제 타 조의 상황을 지켜보며 턱걸이 32강행을 기도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전 충격패 직후 믹스드존에서 취재진 앞에 선 이기혁의 표정은 어두웠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몸이 무겁고 패스 실수가 잦았던 원인에 대해 그는 "날씨가 덥기도 했고, 초반에 미스가 실수가 생기며 꼬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움직이는 것에 신경이 쓰이면서 둔해보인 것 같다. 하지만 선수들은 개인적으로 정말 열심히 뛰었다. 이를 핑계 대고 싶지는 않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반전 경기 중 동료들을 향해 큰소리로 소리쳤던 장면에 대해서는 "초반에 저희가 집중을 못 하고 그런 식으로 경기를 끌고 가면 경기 결과와 경기력에 영향이 너무 많이 끼칠 것 같았다"며 "(김)민재 형도 집중 못 하고 있으면 내게 막 뭐라 해도 된다고 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다들 집중을 못 하고 있다고 느껴져서 집중하라고 이야기를 했던 장면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3차예선 대한민국 대 남아공 경기가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BBVA에서 열렸다.선발출장한 이기혁이 수비도중 소리를 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kim.jinkyung@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3차예선 대한민국 대 남아공 경기가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BBVA에서 열렸다.선발출장한 이기혁이 수비도중 소리를 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kim.jinkyung@

전반 22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당시 홍명보 감독이 왼쪽 측면 선수들을 모아놓고 내린 특별 지시의 내용도 공개했다. 이기혁은 "남아공 선수들이 저희가 가운데로 들어오는 것을 대비해 압박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우리가 너무 가운데로만 풀려고 하다 보니 강한 압박 속에서 유연하게 빠져나오는 것이 어려웠다. 감독님께서 급하게 하지 말고 사이드로 풀었다가, 줄 곳이 없으면 다시 뒤로 풀면서 운영하라고 얘기해 주셨다"고 전술 내용을 밝혔다.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32강에 오를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친 만큼, 라커룸 분위기는 침통함 그 자체였다. 이기혁은 "선수들 모두 다 충격이 좀 클 것 같다. 자력이 아닌 다른 팀 결과로 올라가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다"면서도 "이제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다음 경기가 있을 수 있으니 다시 마음을 다잡고 선수들끼리 준비는 열심히 하자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이제 한국은 32강에 턱걸이로 진출하더라도 조 3위로 올라가게 되어 강팀과 맞대결이 유력하다. 상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준비 과정에 대해 그는 "2위로 올라갔으면 상대가 더 수월했을 수도 있겠지만, 3위로 올라가면 1위 팀과 만나게 될 것 같다. 한국보다 전력이 훨씬 강할 것"이라고 냉정하게 짚었다.

그러면서 "평소 준비했던 것보다 두 배, 세 배는 더 열심히 준비해서 빈틈없이 해야 좋은 경기력이 나오고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나의 실수도 나오지 않게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마지막으로 남아공이 경기 내내 한국의 뒷공간을 노리는 단조로운 패턴을 반복했음에도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이기혁은 "남아공 선수들이 개인 능력도 좋고 빠르다 보니 역습을 나가는 걸 많이 준비했던 것 같다"며 "저희도 그걸 대처하고자 했는데, 경기를 비기고 있던 상황에서 실점이 나오는 바람에 한국이 더 급해지고 라인을 급격하게 끌어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경기가 너무 남아공 쪽으로 흘러갔던 것 같은데, 저희가 자초한 일이니 준비를 더 잘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3차예선 대한민국 대 남아공 경기가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BBVA에서 열렸다.선수들 독려하는 홍명보 감독. /사진=김진경 kim.jinkyung@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3차예선 대한민국 대 남아공 경기가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BBVA에서 열렸다.선수들 독려하는 홍명보 감독. /사진=김진경 kim.jin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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