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의 문은 냉정했다. 여자프로농구(WKBL)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고교 졸업 예정자는 단 2명만 이름이 불렸다. 현장에서 어린 선수들의 도전을 지켜본 감독들도 착잡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결과가 끝이 아니라며 포기하지 말고 다시 프로의 문을 두드려달라는 응원을 보냈다.
19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2026~2027 W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는 고교 졸업 예정자 26명을 비롯해 대학 졸업 예정자 4명, 실업팀 선수 4명, 해외 활동 선수 1명, 외국 국적 동포 선수 4명 등 총 39명이 참가했다.
2007~2008시즌 단일리그 도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지원자가 몰렸지만, 고교 선수들에게는 유독 쉽지 않은 드래프트였다.
1라운드에서 이름이 불린 고교 선수는 전체 2순위 임연서(광주수피아여고)와 6순위 이소희(숙명여고)뿐이었다.
전체 1순위 인천 신한은행은 일본 W리그에서 프로 경험을 쌓은 재일교포 가네다 마나를 선택했다. 3순위 아산 우리은행도 일본 W리그 아이신 윙스에서 뛰었던 재일교포 3세 김리혜를 지명했다. 부천 하나은행은 외국 국적 동포 선수 오구라 유리, 청주 KB는 미국 국적의 원이아나를 뽑았다.
2라운드 첫 지명 역시 일본 국적의 외국 국적 동포 선수였다. 용인 삼성생명은 가네미츠 아야네를 선택했다.
드래프트 결과만 놓고 보면 국내 고교 선수들이 대학과 프로 등에서 경험을 쌓은 선수들과 경쟁에서 다소 밀리는 모습이었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한 최윤아 신한은행 감독도 어린 선수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최 감독은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팠다. 선수들을 잘 못 보겠더라"며 "고생한 시간이 있을 텐데 선택받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프로 진출의 길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제도가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계속 프로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며 "내년에도 기회가 있다. 이번에 지명되지 않았다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이어 "재일교포 선수를 뽑기는 했지만 우리도 그렇고 다른 팀들도 늘 국내 선수들을 주시하고 있다"며 "이번 드래프트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계속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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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수 KB 감독도 비슷한 마음이었다. 김 감독은 "고교 선수들이 못해서 안 뽑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선수들이 더 많이 뽑히면 좋겠지만, 이번에 참가한 외국 국적 동포 선수들은 대부분 대학까지 졸업하고 경험을 쌓은 뒤 들어온 선수들이다. 그런 경험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선수들도 고등학교 때부터 훈련하고 대학까지 가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은 뒤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단순히 국내 고교 선수들의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구단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은 현재 선수단 인원이 많은 편"이라며 "새로운 선수를 뽑으면 기존 선수들이 나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에게 다시 도전할 기회가 있다고 힘을 실었다.
이전에도 김 감독은 치열한 경쟁을 거쳤던 자신의 선수 시절과 비교하며 아쉽게 탈락한 선수들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고등학교에서 바로 프로에 가지 못한 선수들도 대학에 가서 더 성장한 뒤 다시 도전할 수 있다"며 "지금 외국 국적 동포 선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충분히 다시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두 번 쉬어간다는 느낌으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준비한다면 나중에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전주원 우리은행 감독은 올해 고교 선수들이 경험 많은 외국 국적 동포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다소 어려움을 겪은 측면이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우리은행은 이런 상황에서도 최대한 많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다. 1라운드에서는 일본에서 경험을 쌓은 김리혜를 선택했지만 이후에도 지명권을 행사해 정지윤(수피아여고), 이수현(선일여고) 등 고교 선수들을 품었다.
전 감독은 "1라운드에서 일본에서 뛴 선수를 뽑았기 때문에 한국 선수도 한 명은 더 뽑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국 고교 선수들이 많이 성장해서 좋은 선수들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부산 BNK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고교 선수 3명을 지명한 팀이었다. 고교 무대를 평정한 임연서를 비롯해 송은지(청주여고), 김서현(동주여고)의 이름을 불렀다.
박정은 BNK 감독 역시 착잡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박 감독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고 속상한 마음도 있다"며 "최윤아 감독이나 전주원 감독처럼 우리도 여자농구 선수로 이 과정을 직접 겪어본 사람들이다. 그런 마음을 같이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프로의 세계는 결국 경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박 감독은 "프로라면 경쟁해야 한다. 국내 선수들도 더 노력해서 그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며 "앞으로 더 많은 외국 국적 동포 선수들이 도전할 텐데 이것이 국내 선수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안타까운 마음은 분명히 있지만, 한편으로는 성장할 수 있는 자극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며 "선수들이 기회를 먼저 달라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실력을 먼저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BNK가 3라운드까지 지명권을 행사한 배경에도 어린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박 감독은 "많이 뽑아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또 구단이 모든 선수를 품을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도 짚었다. 박 감독은 "각 구단이 운영할 수 있는 선수 인원이 있다. 한 명을 새롭게 뽑으면 기존 선수단 구성까지 고민해야 한다"며 "후반 라운드에서 지명을 포기한 팀들도 그런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프로 구단이라면 항상 안고 가는 양면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