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대구, 손찬익 기자] 통산 152승을 거둔 레전드 투수 출신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꼽은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투수는 페드로 아빌라(SSG 랜더스)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이야기를 꺼낸 날, 이강철 감독의 눈앞에서 또 다른 외국인 투수가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삼성 라이온즈의 크리스 페덱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 29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올 시즌 가장 인상적인 투수를 묻는 이야기가 나오자 주저 없이 아빌라를 꼽았다.
앤서니 베니지아노의 대체 선수로 SSG 유니폼을 입은 아빌라는 베네수엘라 출신 오른손 투수다. 최고 156km의 빠른 공을 던지고 컷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 스플리터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한 만큼 아시아 야구 적응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아빌라는 8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1.65를 기록하며 SSG 선발진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KT도 아빌라의 위력을 직접 경험했다. 아빌라는 지난 23일 KT를 상대로 패전 투수가 됐지만 7이닝 3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현역 시절 통산 152승을 거둔 이강철 감독의 눈에도 아빌라의 구위는 특별했다. 그는 “아빌라 진짜 좋긴 하더라. 무서울 정도다. 현재 리그 투수 가운데 최고”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삼성의 외국인 투수 페덱은 어떻게 평가했을까. 당시까지 직접 상대해보지 않았던 이강철 감독은 “내가 아직 페덱은 안 봐서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이강철 감독은 페덱의 위력을 제대로 확인했다. 페덱은 선두 자리가 걸린 KT와의 맞대결에서 6이닝 6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시즌 4승째. 삼성은 페덱의 완벽투를 앞세워 KT를 4-2로 꺾고 1위 자리를 되찾았다.
KT 타선도 페덱을 쉽게 물러서게 만들지는 않았다. 끈질기게 파울을 만들어내며 투구수를 늘렸다. 페덱 역시 경기 후 KT 타선의 힘을 인정했다.
그는 “KT 타선이 아주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평소 같으면 헛스윙이 나와야 하는 공에도 파울이 많이 나오면서 투구수가 늘어났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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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야구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페덱은 “가을 무대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상대이기 때문에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선두 자리가 걸린 중요한 승부에서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는 데 만족감을 드러냈다. 페덱은 “팀 입장에서 아주 중요한 경기였는데 승리를 거두게 돼 기분이 정말 좋다”고 활짝 웃었다.
시즌 4승을 따낸 페덱은 자신의 공을 자랑하기보다 주변에 공을 돌렸다. “동료들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와 전력 분석 파트에서 잘 도와준 덕분이다. 경기 중 강민호와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게 페덱의 설명.
박진만 삼성 감독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우리 에이스가 오늘도 정말 멋진 피칭을 해줬다. 정타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투구였다”고 엄지를 세웠다.
반면 KT 선발 로건 앨런은 5⅔이닝 9피안타 2볼넷 5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선두를 지키려던 KT는 삼성에 자리를 내줬다.
경기 전 이강철 감독에게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투수는 아빌라였다. 그리고 “아직 안 봐서 모르겠다”고 했던 페덱은 바로 그날 이강철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KT 타선을 6이닝 무실점으로 잠재웠다.
통산 152승 레전드 투수 출신 명장의 눈에 비친 ‘리그 최고 투수’는 여전히 아빌라일까. 아니면 페덱의 이름도 새롭게 추가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