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꿈인가, 진짜인가 잘 모르겠더라고요."
문현빈(22·한화 이글스)을 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운 전영훈(17·세광고)이 2학년 신분으로 쟁쟁한 3학년 선배들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다.
전영훈은 오는 7일부터 13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2026 아시아야구연맹(BFA) 18세 이하(U-18)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정윤진(55) 덕수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018년 이후 8년 만의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대표팀 20명 가운데 2학년은 투수 한규민(17·대전고)과 전영훈뿐이다. 포수는 더욱 특별하다. 고교야구에서 경험이 중요한 포지션임에도 전영훈은 3학년들을 제치고 원지우(18·강릉고)와 함께 단 두 명뿐인 포수로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영훈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뽑히게 돼 영광"이라며 "배명고와 경기하다 서스펜디드 게임이 됐을 때 대표팀 발탁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꿈인가 진짜인가 싶었다. 목동에서 나오는데 부모님들이 축하해주셔서 그때야 '진짜 됐구나' 싶었다"고 떠올렸다.
깜짝 발탁이라고 하기에는 올해 성적이 화려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기준 키 177㎝, 몸무게 78㎏의 단단한 체구를 지닌 우투좌타 포수 전영훈은 1학년 때부터 세광고의 주전 마스크를 썼다. 올해는 25경기 타율 0.387(75타수 29안타) 2홈런 24타점 22득점 7도루, 출루율 0.549 장타율 0.587 OPS 1.136으로 맹활약했다.
세광고 역사에도 한 획을 그었다. 전영훈의 활약 속에 세광고는 44년 만에 전국대회 정상에 오르며 창단 71년 만의 첫 청룡기 우승을 차지했다.

KBO 구단 스카우트도 그의 성장세를 주목했다. 한 스카우트는 "올해 3학년 포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퍼포먼스가 아쉬웠는데 전영훈이 눈에 띄었다"라며 "과거 이율예(SSG 랜더스)나 지금 원지우(강릉고)만큼의 수비력은 아니지만, 경기 운영을 할 줄 알고 어깨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공을 맞히는 능력이 있어 3학년 선수들에게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번 청소년 대표팀을 이끄는 정윤진(55) 덕수고 감독 역시 타격 능력을 높이 샀다. 정 감독은 "(전)영훈이는 방망이가 아주 쓸 만하다. 이번 대회에서도 상황에 따라 지명타자로 내보낼 생각도 갖고 있다"라며 "경기 후반에는 (원)지우를 대신해 마스크를 쓸 수도 있다"고 활용 구상을 밝혔다.
전영훈 스스로 꼽는 포수로서의 장점은 화려한 송구보다 경기 운영이다. 그는 "투수의 컨디션을 보면서 볼 배합을 하는 등 경기 전체를 운영하는 부분에 자신이 있다"고 했다. 어깨 역시 강점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참가한 KBO 넥스트 레벨 캠프에서는 2루 팝타임(Pop time·포수가 2루 도루 저지를 위해 미트에서 공을 뺀 뒤 내야수의 글러브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고 1초88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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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직 고교 2학년이다. 전영훈도 "어깨는 강한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송구 밸런스가 자주 왔다 갔다 한다. 빨리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봤다. 이어 "(원)지우형은 괜찮다고 한다. 아직 2학년이고 잘해서 뽑힌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하라고 다독여준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런 전영훈이 포수가 된 계기는 뜻밖에 단순했다. 그는 "원래 내야를 많이 봤는데 공이 많이 안 왔다. 공이 많이 오는 포지션을 하고 싶어서 포수를 시작했다"고 멋쩍은 웃음을 내보였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내린 선택이었다.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7살부터 리틀야구를 시작한 전영훈은 누구보다 경기에 많이 관여하고 싶어 포수 마스크를 썼고,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 국가대표 포수가 됐다.
야구를 좋아하게 된 배경에는 한화가 있었다. 대전에서 태어난 전영훈은 "가족이 모두 한화 팬이라 나도 자연스럽게 한화를 좋아하게 됐다"고 웃었다. 지금 가장 좋아하는 선수도 한화 문현빈이다. 전영훈은 "문현빈 선배님은 키가 그렇게 크지 않은데도 강한 타구를 라인드라이브로 만들어낸다"며 "야구장에서 전력 질주하고 항상 간절하게 하는 모습도 배우고 싶다"고 설명했다.
타격에서도 문현빈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 있다. 전영훈은 자신을 홈런 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나는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황에 맞게 치면서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을 강한 라인드라이브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포수로서는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41)를 바라본다. 전영훈은 "무더위 속에서도 오랜 시간 마스크를 쓰고 그라운드를 지키는 열정을 닮고 싶다"고 밝혔다.
이제 전영훈은 한규민과 함께 대표팀의 막내로 첫 국제대회를 기다린다. 3학년 형들에게 배우면서도 필요할 때는 방망이를 들고, 또 마스크를 써야 한다.
목표는 막내답게 소박하면서도 가장 크다. 전영훈은 "처음 대표팀이 됐을 때 우리 세광고 주장 (황)동민이 형이 가서 잘하라고 배팅 장갑도 주고 잘 챙겨주셨다. 응원해주신 분들 때문에라도 형들을 잘 도와서 꼭 금메달을 따고 돌아오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