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려고 하지 말고, 네 갈 길을 가" 박준영이 박준영에게...'9연패' 난세 영웅 이렇게 탄생했다

"뭐 하려고 하지 말고, 네 갈 길을 가" 박준영이 박준영에게...'9연패' 난세 영웅 이렇게 탄생했다

OSEN 제공
2026.09.05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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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의 투수 박준영(23)이 지난 4일 사직 롯데전에서 5이닝 3실점으로 데뷔 첫 선발승을 거두며 팀의 9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앞서 선발승을 기록했던 동명이인 선배 박준영(24)은 경기를 앞두고 후배에게 자신의 길을 가라는 조언을 건네며 힘을 보탰다. 이날 1군과 2군에서 두 명의 박준영이 동시에 선발승을 거두는 진기록을 세우며 팀의 난세 영웅으로 등극했다.

[OSEN=부산, 조형래 기자] "뭐 하려고 하지 말고, 네 갈 길을 가야 한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는 동명이인 투수가 한솥밥을 먹고 있다. 과거 LG 트윈스에 활약했던 동명이인 외야수들인 이병규처럼, 한화에는 투수 박준영이 동명이인으로 한솥밥을 먹고 있다. 2명의 이병규는 각각 '라뱅', '작뱅'이라고 불렸다. 한화의 박준영들도 구분법이 있다.

2022년 신인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입단한 박준영(23)은 '2번째 준영(2준영)'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190cm, 103kg의 건장한 체구 때문에 '큰준영'이라고 구분 짓기도 한다. 또 다른 박준영(24)은 2026년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2번째 준영'보다 나이가 1살 더 많기 때문에 '1번째 준영(1준영)'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야구예능프로그램 불꽃야구 출신이라는 특징으로 '불준영'이라는 별칭이 생기기도 했다.

두 박준영에게 2026년은 남다른 시즌이 되고 있다. '1준영'이 먼저 대형사고를 쳤다. 지난 5월 10일 대전 LG전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3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육성선수 데뷔전 선발승이라는 KBO리그 역대 최초 기록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부침을 거듭했고 7월 26일 2군으로 내려간 뒤 아직 2군에 머물고 있다.

반면, ‘2준영’은 이후에 더 기회를 많이 받기 시작했고, 7월 말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잡았다. 아직 선발로서 안정감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전체 1순위 유망주이고 한화도 기대하고 있다. 그래도 조금씩 잠재력을 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지난 4일 사직 롯데전, ‘1준영’의 길을 따라갔다. 5이닝 동안 93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4탈삼진 3실점으로 승리의 기반을 닦았다. 그리고 타선의 대폭발로 14-4 승리가 만들어졌다. 박준영은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다. 팀의 9연패를 탈출하는 값진 승리이기도 했다.

이날 박준영은 1회부터 매 이닝 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내면서 위기를 맞이했지만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내며 5이닝을 버텼다. 5회 승리요건을 앞두고 한동희에게 3점포를 얻어 맞았지만 결국 5회를 버텨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 시속 147km를 찍었다. 패스트볼 41개, 포크볼 34개, 슬라이더 15개, 커브 3개를 구사했다.

4-3, 1점 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타선이 경기 중반 이후 더 폭발하면서 박준영의 선발승은 여유롭게 확정됐다. 경기 후 박준영은 “경기 초반 선두타자부터 안 좋게 흘러가서 가라앉은 마음을 다시 끌어올려서 잘 막아보자는 생각으로 공 한 개 한 개 소중하게 던졌다. 씩씩하게 던지다 보니까 수비들도 선배님들과 형들이 많이 도와줬다”라며 “그리고 (장)규현이 형이랑 팀의 흐름을 잘 이어나간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9연패 상황의 난세 영웅이 됐다. “연패를 생각 안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정말 생각을 안하려고 했다”라는 박준영이다. 그는 “다 같이 지금 연패를 끊기 위해 선배님들도 텐션을 다 끌어올리는데 제가 부담을 갖고 던진다면 가라앉을 것 같아서 최대한 생각하지 않고, 제 공을 믿고 텐션을 올려서 씩씩하게 던지려고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동희에게 맞은 3점포는 “실투였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레이예스와 승부를 해보자고 했는데 볼넷이 됐다. 팀이 이기고 있었으니까 씩씩하게 던졌다. 그래도 아쉽긴 하다”고 말했다.

데뷔 첫 선발승. 당연히 의미가 깊다. 그는 “그동안 선발 기회를 여러 번 받았는데 (조)동욱이나 (황)준서 등 선발승을 하고 자리를 잡는 투수가 됐는데, 저는 늦었다고 생각을 했다”면서 “그래도 앞으로 늦었다고 해도 앞으로 과정이 많이 남았으니까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서 두 번의 등판은 소극적으로 던졌다. 제 공을 던지지 못했다. 오늘은 그냥 내 공을 던지려고 했다. 상대 전력 분석으로 이 공을 잘 친다고 해도 오늘 내가 자신있는 공을 자신있게 던지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식으로 임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두 명의 박준영이 모두 올해 선발승을 거뒀다. 공교롭게 이번 등판을 앞두고 ‘1준영’이 직접 조언을 했다. 박준영은 “지난 등판 안 좋았을 때 준영이 형에게 연락이 왔다. ‘안 좋을 때 뭐를 더 바꾸지 말고, 좋은 기억들을 갖고 똑같이 네 갈 길을 가라’라고 조언을 해줬다. 준영이 형은 본인이 그것을 못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것을 얘기해주고 싶었다고 했다”라면서 “그래서 제가 더 뭐를 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날 퓨처스리그에 등판한 ‘1준영’도 선발승을 거뒀다. 상무를 상대로 5이닝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면서 동명이인 투수의 1,2군 동반 승리라는 진기록을 만들었다. 운명적인 기운이 통했고 난세 영웅까지 탄생시켰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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