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해 1월 LA 다저스와 계약한 김혜성(27)의 선택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다저스보다 더 좋은 계약 조건을 제시한 LA 에인절스를 외면했기 때문이었다. 에인절스의 5년 2800만 달러 오퍼를 마다하고 3 2년 보장 1250만 달러, 최대 2200만 달러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무엇보다 좋은 선수들이 넘치는 다저스보다 전력이 약한 에인절스에 가는 게 출장 기회 측면에선 안정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김혜성은 “다저스는 명문 구단이고, 우승팀이다. 최고의 팀에서 뛰고 싶었다”고 말했다. 에인절스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업계 평판이 바닥으로 떨어진 구단을 꺼려했을지도 모른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아르테 모레노 구단주의 간섭과 근시안적 사고, 짠돌이 기질이 지난 10년간 에인절스를 어떻게 파멸로 몰아넣었는가’라는 제목하에 에인절스가 망가진 과정을 전했다. 모레노는 지난 2일 스탠 크론케에게 40억 달러에 구단을 매각하기로 합의하며 23년 만에 에인절스 떠나게 됐고, 선수들과 팬들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모레노의 만행은 한두 가지가 아닌데 디애슬레틱이 전현직 에인절스 구단 관계자, 라이벌 구단 임원, 야구계 관계자들과 인터뷰 통해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은 일들도 알렸다.
모레노는 변덕이 무척 심한 구단주였다. 디애슬레틱은 ‘지난 몇 년간 라이벌 구단 임원들은 에인절스 관계자들과의 협상을 마치 움직이는 표적을 사냥하는 것과 같다고 여겼다. 어떤 이들은 페리 미나시안 단장과의 통화를 시간 낭비로 보기도 했다. 모레노가 마음을 바꾸면 제안된 트레이드가 언제든 무산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며 2022~2023년 여름마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트레이드가 불발된 것을 예로 들었다. 앞서 2020년 2월에는 다저스로부터 3명의 선수를 받는 트레이드에 합의했지만 다저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무키 베츠 트레이드가 세부 사항 문제로 지연된 그 시간을 모레노가 기다리지 못해 무산시키기도 했다. 그때 에인절스가 받기로 했던 선수가 올스타로 성장한 중견수 앤디 파헤스다.
이어 디애슬레틱은 ‘빌리 에플러, 미나시안 두 단장의 재임 기간은 모레노의 간섭으로 얼룩졌다. 두 사람 모두 동료들에게 모레노 밑에서 일하며 창의적인 전략을 펼치려 하면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어 숨이 막힌다고 털어놓았다’며 ‘모레노 체제에서 에인절스는 좌절과 절망의 문화가 자리잡았다. 다른 구단들보다 돈을 더 많이 썼지만 현명하게 쓰지 않았다. 모레노는 꾸준하고 점진적인 지출보다 화려한 대형 영입을 택했다. 대대적인 투자는 모두 처참한 실패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알버트 푸홀스, 조쉬 해밀턴, 앤서니 렌던 등 대형 FA 영입이 줄줄이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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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선수단 시설 및 장비 투자에 소홀히 한 것이다. 디애슬레틱은 ‘모레노는 구단을 방치했다. 2010년대 수년간 스프링 트레이닝 홈구장 템피 디아블로 스타디움에 실내 웨이트장이 없어 선수들이 주차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 했다. 다른 팀들이 야구 운영 부서를 확장하고, 연구와 실험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동안 모레노는 분석가, 스카우트, 퍼포먼스 과학자에게 들어가는 돈을 아꼈다. 에인절스는 에저트로닉 카메라나 랩소도 기계 같은 최신식 장비 도입에도 뒤처졌다. 2020년 드래프트를 며칠 앞두고는 스카우트들을 무급 휴직 조치하기도 했다. 모레노 체제에선 언제나 비용이 삭감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모레노의 구두쇠 기질은 작은 부분까지 영향력을 미쳤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에인절스는 원정경기에 라디오 중계진을 파견하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에인절스 외에 이 같은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팀은 토론토 블루제이스밖에 없다. 2002년 월드시리즈 우승 20주년 재회 행사 때 초대받은 올드 선수들은 거마비도 받지 못한 채 자비로 경비를 부담했다.
팀의 미래가 돼야 할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나가는 돈까지 지독도 아꼈다. 에인절스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 6명이 거주하는 구단 제공 숙소 아파트에선 침대도 부족했다. 팀 동료와 같이 매트리스를 썼던 포수 마이클 크루즈는 2021년 가을 구단에 “우리를 도와달라. 제발 좀 도와달리. 우리는 도움이 필요하다. 그게 전부”라며 간곡히 호소하기도 했다.
에인절스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에 대한 처우가 가장 열악한 구단으로 악명이 높다. 제대로 된 주거 공간이나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에인절스 선수들의 거듭된 불만 제기는 2022년 마이너리그 선수노조가 결성되는 계기가 됐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이런 간절한 호소에도 모레노는 방 하나짜리 아파트에 빽빽하게 모여 살며 하루 18시간씩 일하는 증권가 신입사원에 비유했다.
이런 ‘막장’ 구단주 때문에 남부 캘리포니아라는 큰 시장에서도 끝없이 가치가 하락했다. 하지만 에인절스의 끝모를 암흑기에도 마침내 끝이 왔다. NFL LA 램스, NBA 덴버 너게츠, EPL 아스날FC 우승을 이끈 구단주 크론케가 에인절스를 인수하며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한 임원은 “구단주 문제만 해결되면 그곳은 최고의 일자리 중 하나다. 다른 스포츠에서 돈을 쓰고, 우승 실적을 쌓아온 인물이 구단주가 됐으니 에인절스에는 참 잘된 일이다”고 기대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