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단 2명뿐' 41세 우규민에게 亞 최초 대기록도 보이기 시작했다... '신의 한 수'로 돌아온 3년 전 KT의 선택

'한·미·일 단 2명뿐' 41세 우규민에게 亞 최초 대기록도 보이기 시작했다... '신의 한 수'로 돌아온 3년 전 KT의 선택

김동윤 기자
2026.09.0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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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의 우규민이 KBO 리그 우완 투수 최초로 통산 9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그는 선발과 불펜, 마무리를 모두 거치며 100승-100홀드-100세이브라는 '트리플100' 기록에 도전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우규민은 개인 기록보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한국시리즈 진출을 더 큰 목표로 삼으며 후배들을 이끄는 베테랑의 면모를 보였다.
KT 우규민이 5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KT 우규민이 5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900경기가 저한테는 끝이 아니라 또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 23년 차. 이제는 KBO 리그 우완 투수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걷고 있음에도 우규민(41·KT 위즈)은 아직 멈출 생각이 없었다.

우규민은 6일 경기 종료 기준 KBO 통산 902경기에 등판해 88승 89패 123홀드 91세이브, 1507⅓이닝 948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정우람(전 한화 이글스), 류택현(전 LG 트윈스)에 이어 역대 세 번째 투수 9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우완 투수로는 최초다. 과거 좌완 원포인트 릴리버들의 등판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완 투수 최초 900경기의 희소성은 더욱 크다.

지난 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만난 우규민은 "우완 최초라는 타이틀은 너무 뿌듯하고 나 자신이 대견하다"면서도 "900경기라고 해서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하루가 또 지나갔기 때문에 지금은 다음 경기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900경기를 채운 방식부터 특별하다. 우규민은 2003 KBO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19순위로 LG에 지명돼 2004년 1군 무대를 밟았다. 마무리로 2007년 30세이브를 기록했고 이후 선발로 변신해 2013~2015년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2017년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해서는 다시 불펜으로 돌아가 2021년 24홀드를 기록했다. 선발 130경기, 중간계투 500경기 이상, 마무리 260경기 이상. 사실상 모든 보직을 거친 끝에 900경기를 넘어섰다.

우규민은 "선발도 뛰고 불펜, 마무리까지 보직을 바꿔가면서 900경기에 나갔다는 게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정말 1000경기까지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몸 관리를 잘하고 싶다"고 했다.

KT 구단이 우규민의 900경기 출장을 축하했다. /사진=KT 위즈 제공
KT 구단이 우규민의 900경기 출장을 축하했다. /사진=KT 위즈 제공
LG 시절 우규민.
LG 시절 우규민.

그렇게 묵묵히 걸어온 그에게 한국 야구 누구도 밟지 못한 또 하나의 길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100승-100홀드-100세이브, 이른바 '트리플100'이다.

한·미·일 프로야구를 통틀어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기록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전성기를 보냈던 톰 고든(59)이 890경기 138승 126패 110홀드 158세이브로 2008년 처음으로 달성했다. 뒤이어 우에하라 고지(51)가 일본프로야구(NPB)와 MLB 통틀어 134승 93패 104홀드 128세이브로 2018년 해냈다. 만약 우규민이 KBO 한 리그에서 세 기록을 모두 세 자릿수로 채운다면 아시아 선수로선 최초다.

100승까지 12승, 100세이브까지는 9세이브가 남아 41세 중간 투수인 그에겐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최근 KT에 처한 상황과 맞물려 가능성이 조금 커졌다. KT는 오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 소형준(25), 오원석(25), 마무리 박영현(23)을 보낸다. 삼성 라이온즈에 1.5경기 뒤진 2위. 선두 싸움이 가장 치열한 순간에 선발 두 명과 마무리가 동시에 빠진다.

이강철(60) KT 감독이 오히려 가장 걱정하는 쪽은 뒷문이다. 이 감독은 "선발도 중요한데 마무리가 없는 게 머리 아프다"면서 우규민을 대안 중 하나로 꼽았다. 그러면서 "(우)규민이가 제구가 되니까 경기가 된다. 이미 마무리 경험도 있고 긴장하지 않는다"고 믿음을 보였다.

우규민도 피하지 않는다. 그는 "(박)영현이가 나가면 마지막을 책임질 투수가 필요하다. 투수들끼리 누가 됐든 27번째 아웃카운트까지 집중해서 잘 잡아보자고 했다"라며 "당연히 내가 27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으면 좋겠지만, 누가 됐든 상관없다. 영현이가 없는 동안 공백이 티 나지 않도록 잘해보자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시절 우규민이 2023년 수원KT위즈파크에서 KT 상대로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시절 우규민이 2023년 수원KT위즈파크에서 KT 상대로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KT 우규민(왼쪽).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KT 우규민(왼쪽).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이처럼 KT에서 우규민의 가치를 기록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우규민은 2023시즌 종료 후 KBO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KT의 지명을 받아 삼성에서 팀을 옮겼다. 그때 이미 그의 나이 39세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KT에서 3년 동안 143경기에 등판해 6승 3패 17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54를 마크했다. 황혼기의 베테랑을 데려온 것이 아니라 여전히 승부처를 맡길 수 있는 불펜 전력을 얻은 셈이었다. 필요하면 승리조와 추격조를 가리지 않고 던졌다. 그렇게 KT가 꾸준히 포스트시즌 경쟁을 펼치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운드의 빈틈을 채우면서 900경기를 넘어섰다.

마운드 밖에서도 존재감이 작지 않다. KT 불펜에는 '엄마가 두 명'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장안문 지킴이' 고영표(35)가 후배들의 질문에 세세하게 답해주고 잘못된 부분까지 조곤조곤 짚어주는 유형이라면 우규민은 후배들을 편안하게 품어주는 쪽이다.

제춘모(44) KT 1군 투수코치는 "(우)규민이나 (고)영표 같은 고참들이 토대를 만들어줬다. 나는 선수들이 뛰어놀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구단 관계자도 "고영표가 교수님처럼 선수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해준다면 우규민은 선수들을 정말 잘 챙긴다. 후배들이 믿고 따른다"고 설명했다.

KT 우규민. /사진=김진경 대기자
KT 우규민. /사진=김진경 대기자
KT 우규민(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KT 위즈 제공
KT 우규민(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KT 위즈 제공

정작 우규민은 자신을 '큰형'이라고 부르는 것도 쑥스러워했다. 그는 "불펜 투수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 나이 차이를 생각하기보다 친형, 동생처럼 장난도 많이 치고 진지하게 이야기할 때는 또 한다"며 "어린 후배들이 정말 착하고 야구에 대한 열정도 좋다. 같이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 나도 많이 젊어진 것 같다"고 웃었다.

정작 '트리플100'에는 욕심내지 않았다. 우규민은 "그 부분은 어떻게 보면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선발도 아니고 마무리도 아니기 때문에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정말 운이라고 생각한다"며 "나갈 때마다 최선을 다하고 하나씩 포인트가 쌓이면 생길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보다 원하는 것은 아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한국시리즈다. 우규민은 "나는 아직 한국시리즈 경험이 없다. 꼭 가보는 게 더 큰 목표다. 개인적인 기록은 지금처럼 야구를 하고 있으면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우규민은 지난 3년간 KT가 가장 필요로 할 때마다 그 자리에 있었다. 41세에도 필요하면 어느 순간이든 등판했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어린 투수들을 품어줬다. 3년 전 KT가 2차 드래프트에서 '신의 한 수'를 뒀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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