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양키스의 300만 달러(40억 3000만원) 제안을 뿌리친 하현승(18·부산고)도 현지 열대 과일의 유혹은 피하지 못했다. 18세 이하(U-18) 대표팀의 특별한 망고 공수 작전이 대만전 12탈삼진 호투의 원동력이 됐다는 후문이다.
하현승은 지난 7일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 B조 조별리그 첫 경기 대만전에서 5⅔이닝 동안 12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대표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양키스의 구애를 받았던 하현승은 오는 21일 열릴 2027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최고 기대주다.
8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리는 대표팀에 대만은 무조건 넘어서야 하는 상대였고 하현승이 선발 투수로 중책을 맡았다.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 공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바탕으로 대만 타자들을 압도한 하현승의 호투엔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대만전을 하루 앞둔 6일 대표팀 선수들이 머무는 대만 타이베이 숙소에서는 뜻밖의 망고 파티가 열렸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마련한 선물이었다.

하현승이 간절히 원했던 것이기도 했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마지막 현지 적응 훈련을 마친 하현승은 김민훈(광주진흥고)과 "망고가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를 옆에서 들은 협회 관계자가 하현승에게 다시 한 번 의사를 확인한 뒤 특별한 '망고 공수 작전'이 펼쳐졌다.
협회 관계자는 타이베이 시내 청과물 시장으로 향해 약 1시간 동안 망고를 찾아다녔다. 선수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선 확실한 당도를 갖춘 망고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대만 망고 중에서는 아이원 망고가 최고로 꼽힌다. 애플망고처럼 붉은색을 띠고 향이 진하면서 단맛도 강하다"며 "5~7월이 제철이라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없었다. 상점 5곳을 돌아다닌 끝에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들은 오후 10시가 돼서야 두 손 가득 과일 상자를 들고 숙소로 돌아왔고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자신의 한 마디가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줄 몰랐던 하현승은 "민훈이와 한국에 있을 때부터 대만에 가면 현지 망고를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며 "망고를 먹고 힘이 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협회에서 이렇게까지 노력해 주신 것에 감사했고, 부담까지 생겨 대만전에서 열심히 던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하현승은 "한국 망고가 밍밍하다면 대만 망고는 살이 쭉쭉 찌는 맛일 정도로 당도가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한국보다 무더운 기후의 지역에선 망고를 비롯해 당도가 높은 과일이 유명하다. 해외에 다녀오면 "현지 과일은 차원이 다르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데 누리꾼들은 이를 '차원이 달라병'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그만큼 현지 과일들의 당도가 뛰어나 생겨난 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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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훈은 선수당 배정된 한 박스 외에 추가로 한 박스를 더 먹고도 만족하지 못했다. 박근서(서울디자인고)는 "혀가 얼얼할 정도로 단맛이 났다. 끝내 망고를 구하지 못한 민훈이가 나에게 오더니 망고를 한 입만 더 달라고 졸랐다"며 웃었다. 망고의 힘을 받은 박근서와 김민훈은 나란히 8일 싱가포르전과 9일 태국전에 선발 등판해 각각 2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협회는 선수들의 말 한 마디도 허투루 듣지 않을 정도로 전폭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만 입성 첫날인 6일엔 일본 선수단이 에너지젤을 준비해 놓은 것을 보고 같은 제품을 선수단에 제공했다. 타이베이 시내 스포츠 전문점을 2시간 여 돌아다닌 끝에 구할 수 있었다. 엄준상(덕수고)은 "확실히 에너지젤을 먹고 경기에 임하니 6회를 넘어 막판까지 힘이 유지된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처음으로 선수단장을 맡은 송병준 협회 부회장의 의지가 협회 임직원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부터 협회 부회장을 맡은 송 단장은 야구 모바일 게임으로 잘 알려진 '게임빌'을 세웠고 이후 컴투스를 인수해 미국 메이저리그(MLB) 라이센스를 얻어 9이닝스라는 모바일 게임을 미국에서 운영 중이며 대만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을 만큼 야구와 긴밀하다.
야구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아마추어 야구 지원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송 단장은 "단장으로 오게 돼 영광스럽다. 대만과 일본의 야구 저변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며 "컴투스와 협회가 협업해 고교 야구와 여자 야구 등 한국 야구 인프라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더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겠다. 대만전 승리에 협회의 노력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다. 남은 경기에서도 미약하게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