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챔피언결정전을 눈앞에 두고 짐을 싸 한국을 떠났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가장 먼저 이름이 불렸다. 그렇게 다시 V리그에 돌아온 카일 러셀(33·등록명 러셀)이 새로운 각오를 내비쳤다.
러셀은 2025~2026시즌 대한항공에서 뛰다가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교체로 팀을 떠났다. 시즌 중반까지 팀의 주포로 활약했지만, 현대캐피탈 상대 저조했던 득점력이 이유로 꼽혔다.
그대로 한국과의 인연도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5월 열린 2026 KOVO 남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OK저축은행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었고, 신영철(62) 감독은 가장 먼저 러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렇게 러셀은 한국전력과 삼성화재, 대한항공에 이어 네 번째 V리그 팀인 OK저축은행에서 한국 무대 다섯 번째 시즌을 맞게 됐다.
한국과 인연은 2020~2021시즌 시작됐다.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 처음 등장한 러셀은 36경기에서 898점을 올리며 득점 3위, 서브 1위에 올랐다. 강한 서브와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공격력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이듬해 삼성화재에서도 32경기 915점을 기록하며 득점 2위에 올랐다. 이후 잠시 한국을 떠났다가 지난 시즌 대한항공을 통해 V리그로 돌아왔다.
지난 시즌에도 강렬한 순간은 있었다. 특히 2라운드에서 150점을 올리고 공격 성공률 56.40%, 세트당 서브 0.826개를 기록하며 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러셀은 구단을 통해 "얼마나 오래 뛰었는지, 어느 나라에서 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 목표와 마음가짐은 항상 한결같다"며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고 매년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팀을 위해 가능한 한 큰 성과를 내는 것이 언제나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OK저축은행에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도 순조롭다. 러셀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초까지 일본 히로시마에서 진행된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OK저축은행은 일본 SV리그 히로시마 썬더스와 네 차례 연습경기를 치른 뒤 지난 4일 귀국해 일정을 마쳤다.

러셀은 전지훈련을 돌아보며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하게 돼 좋다. 팀이 함께 이동하면서 코트 밖에서도 유대감을 쌓을 수 있고, 다른 나라 팀과 경기를 치르며 새로운 스타일의 배구를 경험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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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한국 생활은 경기 자체를 바라보는 시야도 바꿨다. 그는 "선수로서 나는 여전히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고 신체적인 부분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나이가 들면서 경기 경험이 많이 쌓였고 그만큼 여러 상황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한국 리그에서 오랫동안 뛰면서 리그 환경에도 편안함과 익숙함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동료들과 관계에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러셀은 "팀 호흡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선배부터 후배까지 모든 선수가 서로 잘 어울리고 있다"며 "덕분에 팀 분위기도 즐겁고 편안하다"고 말했다.
이제 과제는 팀 배구에 자신을 녹여내는 일이다. 신 감독은 일본 전지훈련 내내 볼 컨트롤과 상황 판단, 자신들의 진영에서부터 경기를 주도하는 배구를 목표로 했다. 러셀 역시 "감독님께서는 항상 볼 컨트롤의 중요성을 강조하신다"며 "또 우리 진영에서부터 경기를 주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계속 강조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챔피언결정전을 눈앞에 두고 팀을 떠났던 외국인 공격수는 두 달 뒤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다시 V리그 무대에 섰다. V리그 다섯 번째 시즌을 앞둔 러셀은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새로운 동료들과 호흡을 끌어올리고 팀이 추구하는 배구에 적응하며 다가오는 KOVO컵과 정규리그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