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굴욕이다. 코트 안팎의 거친 기행과 막말, 상금 보이콧 논란으로 끊임없이 입방아에 올랐던 여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아리나 사발렌카(28·벨라루스)가 충격적인 조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사발렌카는 지난 14(한국시간) 미국 출신의 앤 리가 톱시드 사발렌카를 2시간 27분간의 혈투 끝에 세트스코어 2-1(3-6, 6-4, 7-6<5>)로 패배했다. WTA는 이번 경기 결과를 두고 '역대 대회 최고의 이변'이라 표현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발렌카를 꺾은 앤 리는 생애 세 번째 톱10 상대 승리이자 올 시즌 두 번째 대어 사냥에 성공했다. 사발렌카와 통산 맞대결에서도 3연패 뒤 첫 승을 신고했다.
반면 우한 대회에서만 통산 3회 우승, 4회 준결승에 올랐던 사발렌카는 사상 처음으로 대회 4강 진출에 실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승부는 극적이면서도 치열했다. 1세트를 내준 뒤 2세트에서도 게임스코어 2-4로 끌려가던 앤 리는 이후 11게임 중 9게임을 따내는 무서운 뒷심으로 3세트 5-2 리드를 잡았다. 사발렌카 역시 오른쪽 다리 테이핑 치료까지 받으며 끈질기게 버텼다. 5-3 상황에서 매치포인트 5개를 지워낸 뒤, 5-4에서도 포핸드와 백핸드 위너로 2개의 매치포인트를 추가로 막아내며 5-5 균형을 맞췄다.
결국 승부는 타이브레이크로 이어졌다. 사발렌카는 타이브레이크에서도 포핸드로 두 차례 매치포인트를 더 지워내며 버텼지만, 앤 리가 10번째 매치포인트에서 포핸드를 꽂아 넣으며 대이변의 마침표를 찍었다.
WTA에 따르면 앤 리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매치포인트 상황에서 정신을 잃을 뻔했다. 거의 무너져 내릴 것 같았지만, 결국 내가 못 친 게 아니라 상대가 워낙 잘 쳤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포인트 하나하나에 집중했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패배로 사발렌카의 부진과 코트 밖 논란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발렌카는 최근 코트 안팎에서 선을 넘는 돌발 행동으로 뭇매를 맞아왔다.
영국 매체 '기브미스포츠'는 "사발렌카는 지난 US오픈 결승전에서 엘레나 리바키나에게 패해 대회 3연패와 99주간 지켜온 세계 1위 자리를 빼앗긴 직후 라켓을 부수고 근접 촬영 중이던 카메라 기자를 향해 욕설을 퍼부어 최대 7만 달러(약 9400만 원)의 벌금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독자들의 PICK
지금 1,329명 읽는 중
영국 '데일리 메일' 역시 "사발렌카는 속옷이 비치는 파격적인 시스루 원피스를 입고 경기에 출전해 광대 옷차림이라는 비판을 받고도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무슨 상관이냐'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경기장 매너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영국 'BBC'는 "사발렌카는 볼키드에게 라켓을 거칠게 던지듯 넘기거나 야유하는 관중에게 닥치라고 폭언을 쏟아내는 등 감정 조절 미숙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또한 통산 3630만 파운드(약 735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상금을 벌어들이고도 메이저 대회의 수익 배분에 불만을 품고 선수단 보이콧을 선동해 이가 시비옹테크, 에마 라두카누 등 동료 스타들의 거센 비판을 사기도 했다.
파격 노출과 라켓 파손, 기자 욕설과 대회 보이콧 발언 등 연이은 기행과 구설 속에서도 기량을 유지해 왔던 사발렌카는 이번 우한 오픈에서 10번의 매치포인트 사투 끝에 무너지며 또 한 번 씁쓸한 자멸을 맛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