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격에 집중하는 것에 비해 외야 수비 이야기에 "다리가 떨린다"며 솔직한 부담을 털어놓았던 베테랑 최형우(43)의 너스레에 박진만(50)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단단한 믿음'으로 화답했다.
삼성은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IA 타이거즈와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1차전을 치른다.
전날(25일) 쏟아진 가을비로 경기가 하루 순연된 가운데, 삼성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베테랑 거포 최형우의 기용법이다.
배경에는 '캡틴' 구자욱의 몸 상태가 자리 잡고 있다. 정규시즌 막판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던 구자욱은 부상을 털어내고 선발 라인업에 복귀했지만, 아직 전력 질주나 외야 수비를 100% 정상적으로 소화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타격감이 워낙 좋아 중심 타선에 반드시 배치해야 하는 만큼, 구자욱이 지명타자 한 자리를 꿰차면서 최형우가 벤치에서 대타로 출발하게 됐다.
문제는 경기 후반이다. 최형우가 대타로 타석을 소화한 뒤 지명타자 자리에 구자욱이 있어 상황에 따라선 최형우가 직접 글러브를 끼고 외야 수비에 들어가야 하는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전날(25일) 취재진과 만났던 최형우는 박진만 감독이 경기 후반 외야 수비 투입 가능성을 열어둔 것을 두고 "수비에 나가면 다리가 떨린다"는 솔직한 고백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내가 굳이 수비까지 나갈 필요가 있겠나. 대타로 나가는 게 맞고 라인업도 바뀔 이유가 없다"며 수비 출전에 대한 적잖은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타격감만큼은 자신감이 넘쳤다. 최형우는 "타석에서 치는 것은 전혀 부담이 없다. 못 칠 수도 있겠지만 내 스타일과 방식대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즌 막판에 있었던 불안한 느낌이 사라져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스윙을 할 수 있는 상태"라며 방망이에 힘을 실었다.
26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박진만 감독은 최형우의 '엄살 섞인 부담감'을 전해 듣고 미소를 지으면서도, 훈련 때 나눈 뒷이야기를 전했다. 구자욱이 수비를 나가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최형우의 수비 투입 카드를 결코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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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훈련할 때 (최)형우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내가 계속 형우한테 주입시키는 게 있다. 바로 '언제 수비에 나갈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감독은 "형우에게 '대타로만 끝나는 게 아니다. 언제든 곧바로 수비에 나갈 수 있으니 훈련할 때도 수비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점수 차를 좁혀야 하는 경기 후반 추격 상황 등 승부처에서 대타로 타석을 소화한 뒤, 흐름에 따라 그대로 좌익수 자리에 남아 수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그림을 사령탑은 이미 철저히 계산해 둔 것이다.
동시에 백전노장을 향한 두터운 신뢰를 감추지 않았다. 박 감독은 "선발로 나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본인이 아쉬워하기보다는, 워낙 큰 경기 경험을 많이 해본 선수라 팀이 우선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단기전에선 수비 하나로 승패가 갈릴 수 있다는 걸 본인도 알기에 뒤에서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수비에 나가면 다리가 떨린다"며 손사래를 쳤던 최형우와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인 만큼 수비도 준비하라"며 힘을 실어준 박진만 감독. 사령탑의 냉철한 계산과 베테랑의 헌신이 맞물리며 삼성의 가을야구가 힘차게 출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