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성장 시대, 식어버린 성장 엔진

제로 성장 시대, 식어버린 성장 엔진

김형식 기자
2001.08.24 09:05

제로 성장 시대, 식어버린 성장 엔진

세계 경제의 제로 성장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일-유럽 등 세계 경제의 3대 축을 이루는 선진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싸늘하다. 지구촌 경제의 견인차 미국의 올 경제성장률은 1% 넘어서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은 2/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경제가 어려울 경우 대타가 되어야 할 유럽도 맥을 못추기는 마찬가지. 유럽 경제의 핵을 이루는 독일의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제로를 기록했다.

정보기술(IT)산업의 불황으로 기진맥진한 미 경제는 일곱 차례에 걸친 금리인하와 1조3500억 달러에 이르는 세금감면에도 불구하고 좀체 성장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작년 2/4분기 5.7%를 기록했던 GDP 성장률은 IT 거품이 본격적으로 제거되기 시작하면서 3/4분기에 1.3%로 뚝 떨어진 후 1%의 벽을 뚫지 못하고 있다. 올 1/4분기에도 1.3%의 성장률을 보였고 2/4분기 추정 성장률은 0.7%로 나타난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4분기 성장률은 오는 29일 '제로' 수정될 것으로 예상됐고,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예 마이너스를 기록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또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의 조사에 참여한 경제학자들 중 35%가 미 경제는 올 3/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당초 1/4분기 경제성장률이 -0.2%를 기록했다고 보도되었으나 최근 수정된 발표에 따르면 마이너스 성장을 가까스로 면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2/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늪에 빠진 일본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인 무역수지 흑자도 7월 들어 57.9% 줄어들었으며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인 5%의 벽을 뚫을 것으로 점쳐진다. 닛케이 지수는 17년만의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의 갈피를 못잡고 있고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개혁 기대감도 정권 출범 때와는 딴판이다.

유럽 경제의 주도국인 독일의 경제성장률도 갈수록 내리막길이다. 작년 1/4분기 4.1%를 기록했던 GDP 성장률은 줄곧 미끄럼을 타기 시작, 4/4분기에 1%로 주저앉았다. 올 1/4분기에 1.4%의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2/4분기에는 결국 전분기 대비 제로 성장을 보이고 말았다.

그나마 유럽에서 사정이 낫다고 하는 프랑스는 99년 4/4분기 1.1%의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1%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마나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실정이다.

선진국 경제가 맥을 못추자 불똥은 신흥시장이나 아시아 시장으로 튀고 있다. 미 경제 호황 때 덩달아 단비를 맞았던 아시아 경제는 상황이 급변했다. 반도체 불황과 대미 수출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대만은 26년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일류 강소국의 명예를 안았던 싱가포르도 2/4분기에 -0.9%의 성장률을 보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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