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용불량자 민원창구"

[기자수첩]"신용불량자 민원창구"

박정룡 기자
2002.11.14 15:43

(14일점심) [기자수첩] "금감원은 신용불량자 민원창구"

“금융사들에서 연체독촉 전화가 오면 무조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금융사들을 협박하면 된다”최근 주목받고 있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신용불량자 클럽에 소개된 글이다.

 

신용불량자들이 이처럼 금융감독원을 자신의 민원창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민원을 제기하고 항의하면 대부분 해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연체자는 〃금융사의 연체독촉 전화에 시달리다 금감원에 민원성 글을 올리고 전화로 항의했더니 금감원에서는 친절하게 금융사 담당자에게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 연체자는 〃빚 상환을 독촉하는 금융사 담당자의 상사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더니 그는 미안하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못하게 할테니 민원을 취소해 달라고 하더라〃는 자신의 경험담을 인터넷에 올려 놓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용불량자들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빚 상환 독촉을 받으면 무조건 금융감독원이나 소비자보호원에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협박부터 한다는 게 금융권 채권추심 담당자들의 항변이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민원발생 여부가 경영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금감원에 민원이 들어가면 예민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신용불량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의 과도한 연체독촉도 문제지만 금감원의 무조건적인 신용불량자 편들기가 채무자들의 모럴 헤저드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의의 채무자라면 금감원에서 민원을 받아들여 처리해 주는 게 당연하지만 민원만 제기하면 채무내용에 관계없이 금감원이 발벗고 나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10월말 기준으로 신용불량자가 250만명을 넘어서는 시점에서 금감원은 민원을제기하는 채무자들을 도와주기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게 신용불량자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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