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되풀이되는 주문실수
해마다 선물·옵션 만기 때면 한 두번쯤 꼭 주문실수 해프닝이 벌어지곤 한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14일 옵션11월물 만기 때도 이같은 일로 투자자들이 입맛을 쩍쩍 다시는 일이 있었다. 한 외국계 증권사의 주문실수로 장종료와 동시에 12월물 풋80의 가격이 4배나 껑충 뛰어오른 것. 이 주문실수로 해당 외국계 증권사는 14억원을 허공으로 날리고 말았다.
지난해 여름 옵션만기 때도 국내 한 증권사가 주문실수로 70억원의 손실을 본 일이 있었다. 풋옵션을 매도한다는게 콜옵션 매도주문을 냈던 것이다. 주문실수 헤프닝이 벌어지는 것은 비단 한국에서 뿐만이 아니다. UBS워버그증권은 지난해 11월 도쿄증시에 신규 상장된 덴쓰사의 주식 16주를 주당 61만엔에 판다는게 61만주 16엔으로 매도주문을 내놓아 3000만달러(380억원)의 손실을 봤다. 자신들이 주간사를 맡아 성공적으로 상장시킨 이 회사의 주식에 대해 축하주문을 낸다는게 그만 61만과 16을 거꾸로 입력시킨 것이다.
이쯤되고 보면 주문실수라는 신종복권을 노린 얌체족이 등장하지 않을 리 없다. '아니면 말고 식'에 체결 확률이 희박한 가격대 주문이 매일 빠지지 않고 올라온다. 이같은 얌체족은 비단 개인투자자만이 아니다. 기관투자가들도 주문실수를 자동으로 잡아내는 시스템 하나쯤은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울프'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심지어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개발한 모증권사 파생상품 담당간부가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물론 '낙장불입'의 냉혹한 증시 세계에서 마냥 얌체족만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게 현실이다. 그러나 빈번한 주문실수가 거래 시스템의 급격한 전산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매매 시스템을 보완하는 일이 시급하다. 가령 투자자가 비정상적인 주문을 낼 경우 당사자에게 자동적으로 이를 환기시키는 장치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