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가신용등급과 증시

[기자수첩]국가신용등급과 증시

정영화 기자
2002.11.19 12:39

[기자수첩]국가신용등급과 증시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주 우리나라 국가신용 전망을 상향했다. 파이낸셜 타임즈등 권위 있는 세계적 경제신문들은 세계적 경기후퇴에도 꿋꿋한 한국을 배우라고 주문한다. 해외에서의 평가 만큼 한국 증시도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일까.

외국계보험사 회계사로 근무하는 지인을 최근 만났다. "국가신용 평가에서 A를 받았고, 주가도 저평가됐는데 한국에 투자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본사의 방침상 한국 주식을 투자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란다.

증권사 간부, 정상급 투자전략가들에게서도 이같은 얘기를 종종 듣는다. 그들은 한결같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한국이 왜 투자하기에 위험한 나라로 인식됐을까.

그들은 무엇보다도 불안한 수급구조를 첫째 이유로 들었다. 기관 투자자들의 비중이 낮아 증시에서 완충역할을 해주는 주체가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말 기준 외국인은 상장사 시가총액의 36.6%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기관은 15.4%로 외인 비중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이 매도주체로 나설 경우 이를 소화해줄만한 주체가 없다. 이로 인해 작은 충격에도 주가가 폭락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된다.

당국자는 이를 기관 탓으로 돌리기 일쑤지만, 펀드매니저들은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투자자들이 활황장일때는 자금을 많이 맡기다가 침체에 빠지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며 고충을 털어놓는다. 단기성 투자자금에 의존하다보니 운용에 한계가 있단다.

기관 비중이 낮아 수급이 불안하고, 증시가 불안정하니깐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시중 부동자금은 사상최대라지만 `부초'나 다름없다. 폭락장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연기금 주식투자비중 확대' 등 수요확충안이 이젠 립서비스 차원을 넘어서 적극 시행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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