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계대출,시한폭탄일까
국내 금융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과도한 가계 대출 문제에 대해 외국언론 및 신용평가사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지난 19일 '2003년 아시아-태평양 은행부문 전망' 보고서에서 2003년 한국 은행들의 성장전망이 '긍정적'이지만 개인 신용 리스크가 급증하고 있어 또다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권위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도 같은날 소비증가가 외환위기 극복의 견인차가 됐지만 과도한 가계 대출로 이어지면서 은행들이 새로운 위험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한국 은행권은 지난 98년 금융위기 당시 부실기업들에 대한 자금지원으로 발생한 부실채권을 급격히 줄이는 대신 가계 대출을 늘려 실적을 개선시켰다. 그러나 최근 신용카드 및 가계대출의 채무불이행이 늘고 있어 은행들이 구조조정 이후의 건전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이번에는 가계에 새로운 대출 시한폭탄(a new debt time-bomb)을 심어놓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예상치가 77%로 일본의 70%를 이미 추월했고, 미국의 79%에 근접하고 있다며 문제를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태에 직면할 수 있음을 환기시켰다.
21일로 'IMF 5주기'를 맞은 우리에게 해외 유력 언론의 이같은 평가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정부도 고강도 대출 억제책을 내놓는 등 부산하게 대응하고 있다. 뒤늦은 대응이라는 비판도 일부 있지만 외환위기 때 무시됐던 경고장치가 비교적 제대로 작동하는 것같아 다행스럽다.
그러나 정부의 지나친 억제책이 능사는 아니다. 미국의 과도한 부채비율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주류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그리 심각한 변수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국내 가계 부채는 아직 미국보다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