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삭발한 여행원

[기자수첩] 삭발한 여행원

강기택 기자
2002.11.26 12:22

(26일)[기자수첩] 삭발한 여행원

이현숙 조흥은행 노조 부위원장은 지난 22일 총파업 전진대회에서 삭발을 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가 겨울의 초입에서 파르라니 깎은 머리가 되자 조흥은행 직원들은 한동안 할말을 잊은 채 비감해 했다.

 

여행원까지 나서 전례없는 `릴레이 삭발'을 하는 등 조흥은행 직원들의 투쟁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이에 질세라 실사를 방해한 노조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경영진도 문책하겠다고 나서는 등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있다. 더구나 정부는 조흥은행 노조가 민영화를 반대한다며 하이닉스 한보철강 대우차의 경우처럼 지금 팔지 못하면 매각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등 조흥은행 직원들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해 조흥은행 직원들이 민영화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지금까지 해외 DR발행과 전략적 투자자에 대한 지분 매각 등의 방식으로 조흥은행을 민영화하는 것을 지지해왔다.

 

다만 그들은 3년째 흑자를 내고 있으며 내년에도 1조원의 이익을 낼 수 있는 은행을 하이닉스 한보철강과 같은 수준으로 취급하며 주가가 떨어져 있는 시점에 스스로가 내세운 지분 분산매각 원칙을 저버린 채 경영권까지 매각하려는 것에 반대할 뿐이다.

 

공적자금은 당연히 가능한 많이 회수해야 하며 그것이 정부의 할 일이다. 그러나 정부 보유지분 매각을 원했던 은행원들이 대출서류를압류하고 릴레이 삭발 투쟁을 하는 등 언뜻 보기에 공적자금 회수와 민영화를 가로막는 극한행동을 하도록 원인제공을 한 것은 바로 정부였다.

 

지난 22일 또 한 사람, 조흥은행 출신인 한국노총 이남순 위원장이 삭발을 했다. 은행사수를 위한 조흥은행 직원들의 릴레이 삭발 투쟁에 위원장직을 걸고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그는 32년 노동운동 사상 처음으로 머리를 깎았다고 한다.

 

조흥은행 노조를 포함한 노동계와의 강경 대치국면을 정부당국이 어떻게 풀어 나갈 지 주목된다. 다만 무리수에는 무리수가 따르는법이라는 점은 지적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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