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코끼리를 집어삼킨 보아뱀

[기자수첩]코끼리를 집어삼킨 보아뱀

김현지 기자
2003.02.07 09:50

[기자수첩]코끼리를 집어삼킨 보아뱀

생떽쥐뻬리의 `어린 왕자'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나는 내 걸작을 어른들에게 보여주며 내 그림이 무섭지 않느냐고 물어 보았다. 어른들은 대답했다. 아니, 모자가 다 무서워? 내 그림은 모자를 그린게 아니라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뱀을 그린 것이었다."

SK텔레콤 주가가 올 1월부터 걸어온 행보를 보면 꼭 이 소설에 나오는 모자를 닮았다. 모자의 오른편은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이는 지난 1월24일 SK텔레콤이 실적과 올해 투자계획을 발표할 때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투자계획을 당초 대로 유지한다고 한 6일까지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면서 모자의 챙을 만들었다. 6일 투자계획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발표가 나자 주가는 약 45º의 하향곡선을 그리며 처마처럼 살짝 구부러졌다.

이같은 우리 투자자들의 행태를 거꾸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시장의 반응은 항상 옳거나 타당한가라는 의문점이다.

SK텔레콤이 차세대 이동통신으로 불리는 비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WCDMA)에 쏟아부은 돈이 2년 후든 3년 후든 미래의 수익창출에 도움이 되고 기업 가치를 높여줄 수 있다면 오늘의 발표가 실망스럽다고 이렇게 주식을 내던지지는 않을 것이다. 실적이 둔화되고 설비투자가 생각보다 많아져도 현재보다 미래의 가능성이 더 크면 투자자 반응은 긍정적이게 마련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 SK텔레콤이 WCDMA에 투자하는 것은 최적의 타이밍일 수 있다. 우수한 서비스로 후발사업자와 간격을 확실히 벌려 통신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투자의 적절성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그저 또하나의 `악재성' 발표가 났구나 싶어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아버린 것이다.

보아뱀 속의 코끼리를 보려하지 않는 시장은 기업은 물론 시장 참여자 모두를 맥빠지게 한다. 수면 위로 드러난 것만을 보려하지 말고 업계의 투자 목표가 미래 수익을 끌어내려는 것인지에 대해 투자자들의 면밀한 검토가 따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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