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무현과 손길승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성장과 분배에 무게를 두는 경제관을 바탕으로 재벌개혁을 선택과목이 아닌 반드시 필수과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차기 대통령이다.
손길승 전경련회장. 우여곡적끝에 재계의 본산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수장을 맡게 된 SK그룹 회장으로 40여년의 전경련 역대회장 가운데 몇 안되는 전문경영인(CEO) 출신이다.
고졸출신의 노 당선자는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모두가 외면하는 가시밭길을 걸은 끝에 대통령이라는 꿈을 이뤘다. 손회장은 샐러리맨 출신으로 4대그룹의 회장까지 오른 젊은이들의 우상이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이 두 사람의 공통분모는 '성공자'라는 점이다. 꿈을 잃어가는 이 시대에 노당선자와 손회장은 '꿈은 이뤄진다'는 희망을 전파했다.
이들이 10일 테이블을 맞대고 만났다. 북핵위기, 이라크 전쟁 임박 등 전운이 감도는 상황이다. 국제환경의 이면에선 신정부와 재계가 사실상 '내전의 전운'이 자욱하던 분위기에서 첫 대면식을 가진 셈이다.
노당선자와 손회장의 '미션'은 외견상 상극에 서 있다. 노당선자는 지난해 당선이후 재벌개혁을 화두로 삼을 정도로 재계는 '넘어야 할 산'이다. 손회장은 오너 재벌총수들의 이해를 방어해야 하는 '수비수'나 다름없다.
그러나 노 당선자가 책임지고 손회장이 한 몫을 담당해야 할 '한국경제호'는 딜레마에 처해있다. 세계경제의 회복조짐은 더디고 가계대출이라는 내수의 힘으로 버티던 국내경기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유가는 급등하고 증시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적신호가 곳곳에서 켜지는 사실상 위기국면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들은 'IMF가 따로없다'는 말로 현 경제상황을 진단할 정도다.
다행히 노당선자와 손회장은 대화를 강조하며 개혁에 대해 완급을 조절하자고 뜻을 모았다. 분명 지금은 내전으로 소모전을 벌일때가 아니라는 점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타협없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경우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PICK!
우리경제는 지금 도약이냐 좌초냐를 가름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 희망보다는 불확실성이 가득하다. 노당선자와 손회장이 무에서 유를 창조했듯이 위기의 한국경제호에 '희망'을 불어넣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