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좋은 운용사 좋은 펀드

[기고] 좋은 운용사 좋은 펀드

강창희 PCA투신운용 투자교육연구소장
2003.07.25 12:07

[기고] 좋은 운용사 좋은 펀드

지난 몇 개월동안 투자신탁펀드를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펀드평가위원을 맡아 신청된 펀드들을 평가할 기회가 있었다. 평가대상 펀드 중에는 자신의 돈으로도 꼭 투자해보고 싶을 만큼 매력있는 펀드가 있었던 반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대상으로는 추천하기가 꺼려지는 펀드들도 많았다.

가장 아쉬운 것은 운용성적을 평가할 만큼 운용기간이 긴 펀드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해외의 연기금들이 운용을 맡길 때는 운용기간이 3년 이상된 펀드의 운용실적을 요구한다. 그런데 각사의 대표펀드들이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3년 이상의 펀드는 17개 펀드 중 2개 펀드에 지나지 않았다. 앞으로 국내운용사들이 기업연금시장 등에 진출할 경우 어떤 펀드의 운용실적을 갖고 신청을 할 것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운용사를 설립할 경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3년 이상된 공모 펀드의 운용성적표(Track Record)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다음에는 회사소개서에 소개된 운용철학, 운용프로세스 등을 과연 실천하고 있는지 의심이 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팀운용, 철저한 종목 중심의 운용, 엄격한 컴플라이언스 룰 등을 내걸고는 있지만 펀드매니저의 설명을 들어보면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지 신뢰를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하여 장기 보유하는 운용전략이라고 하면서 연간 매매회전율이 300%를 넘는 펀드도 있었다. 이렇게 빈번히 사고 팔면서 어떻게 종목 중심의 장기 투자를 한다는 것인가? 표방한 내용을 지키고 있지 않거나 아니면 담당자의 설명능력에 문제가 있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투신운용사들이 자사의 특성에 맞는 소수의 펀드에 역량을 집중하여 자신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인덱스 펀드, 위험 한정형 펀드, 파생상품 펀드 등 그때 그때 유행하는 펀드를 소신없이 내놓는 것도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투자자의 니즈(Needs)가 그러하니 할 수 없지 않느냐고 항변을 하지만 펀드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FP (Financial Planner) 조차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 것 같지 않은 이들 펀드를투자자들은 과연 얼마나 이해하고 투자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가는 것이다. 운용회사 · 판매회사는 투자자를 설득하려는 노력보다는 안이하게 투자자에게 영합하는 펀드를 만들어내고 있지는 않은지…? 다양한 성격의 펀드가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는 미국시장에서도 변함없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현물증권에 분산투자하는 일반운용형 펀드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펀드관련 비용의 비합리성도 문제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경우 편입되는 주식의 매매회전율이 보통 200~300%여서 매매수수료 부담도 큰데 여기에 운용수수료, 판매사대행 수수료 등으로 매년 2~3%를 부담한다. 해외펀드의 경우 선취판매수수료는 많이 받더라도 매년 내는 수수료는 가능한한 낮추려고 노력한다. 1.5%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편입된 주식의 매매회전율도 50%를 넘는 경우는 많지않다. 그뿐 아니다. 장기로 편입되어있는 주식을 빌려주고 대주료를 받는 방법 등으로 조금이라도 경비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수수료체계가 장기투자자에게 불리하게 되어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선취판매수수료는 없거나 요율이 낮기 때문에 1년 이내에 해약하고 나가는 투자가에게는 별 부담이 아니지만 5년, 10년 계속해서 매년 2~3%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면 장기투자자를 우대하는 수수료 체계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