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해전술' 홍콩 대형사들, MPF시장 과점

'인해전술' 홍콩 대형사들, MPF시장 과점

이경숙 기자
2005.12.13 10:26

[카운트다운, 퇴직연금]<2부-5> '강제 퇴직연금 시행한 홍콩'

의무 가입형 퇴직연금제도의 시작은 홍콩 시민과 금융회사들한테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시장이었다. 심지어 한 보험학 교수는 "퇴직연금제 덕에 실직자가 줄었다는 말이 돈다"고 말한다. 퇴직연금제가 상품 상담자 등 고용창출 효과까지 있었다는 뜻이다.

홍콩의 퇴직연금, 강제성공적금계획(MPF)은 한국의 퇴직연금과 달리 '가입 의무'가 있다. 직장인, 자영업자 등 18세부터 65세까지 60일 이상 고용계약을 체결한 모든 취업인구가 다 가입해야만 한다.

가입의무는 한국의 국민연금처럼 강하다. MPF도 칼 같이 징수된다. 지난 11월 25일에도 홍콩 법원은 연금 기여금을 연체한 '힌 섬 맨파워 컴퍼니'와 '피자이올로'에 각각 2만1433 홍콩달러(원화 287만원), 1만1675 홍콩달러(156만여원)의 연체금과 추징금을 납부하라고 판결했다.

비록 적은 금액이라도 자주 연체하면 벌금까지 물어야 한다. 총 10차례나 연체 전력이 붙은 '힌 섬 맨파워 컴퍼니'는 이번에 연체징수금과 별도로 2만6000 홍콩달러를 벌금으로 내야 했다.

현대건설 홍콩지사의 한 인사 담당자는 "100여명의 직원 중 90여명이 MPF 납부 대상자"라며 "강제성으로 보면 한국의 국민연금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연금기여금은 고용주가 5%, 고용인이 5% 내는데, 자영업자인 경우엔 자기 것 5%만 내면 된다.

하지만 아직도 논란이 분분한 국민연금과 달리 MPF제 도입에 대해선 홍콩인의 저항은 거의 없었다. 일단,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성 연금이 홍콩엔 없는데다 기존의 퇴직금제인 ORSO(Occupational Retirement Schemes Ordiance)의 기능이 매우 약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퇴직금제와 비슷한 ORSO제도는 취업인구 중 3분의 1밖에 커버하지 못한다. 게다가 ORSO는 10년 이상 근속자만 퇴직금을 100%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근무기간이 1년이면 퇴직금의 10%, 2년이면 20%밖에 못 받는다.

홍콩 연금감독청(MPFA)의 헤슬러 리 대외사무부 부국장은 "기존의 ORSO가 워낙 지급률이 낮아 MPF 도입에 대한 저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퇴직금, 국민연금 제도가 강한 한국에서 퇴직연금 도입이 노조 등 근로자들의 저항을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무혈입성'해 시장을 접수한 건 대형사들이었다. 왓슨와이어트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말 MPF 시장의 24.6%를 HSBC은행이, 7.9%를 항셍은행이 차지했다. 거진 33%의 시장을 보유한 셈이다.

대형 보험사들도 만만찮은 시장 장악력을 보였다. 보험사인 맨뉴라이프(Manulife)가 15%, AIG계열의 AIA가 10%, BOC-푸르덴셜이 8.4%를 점유한 것이다. 이에 반해 국제적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4.2%의 시장을 차지하는 데에 그쳤다.

대형사들의 시장 선점 비결은 간단하다. '인해전술.' 자산운용사나 중소형사와 달리 많은 지점수와 직원을 가졌다는 장점을 최대한 발휘한 것이다.

대형사의 오랜 역사도 이점으로 작용했다. 마이클 하 HSBC 홍콩기관투자본부 이사는 "처음 MPF제도가 도입될 때 높은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HSBC의 오랜 역사가 절대적 이점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홍콩의 한 연금전문가는 "홍콩 내 수십개의 지점, 수백명의 영업력을 동원할 수 있는 대형사에 비해 소형사들은 영업에 한계가 있다"며 "실적 차이가 크게 벌이지 않는 한 시장 구조가 크게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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