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황사현상을 보이더니 봄비가 내렸습니다. 누런 바람을 대책 없이 맞느니 차라리 우산으로 막을 수 있는 봄비가 반갑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마 이번 주가 지나면 완연한 봄빛을 느낄 수 있겠죠. 그런데 봄이라고 해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마음과 달리 점심시간이 지나면 눈꺼풀이 스르르 풀리고 졸음이 쏟아지기 일쑤입니다. 봄철 불청객인 춘곤증 탓인데요. 며칠 전 즐겨보는 한 TV 건강 프로그램에서 춘곤증을 이기는 데는 식초가 좋다고 하네요. 신맛이 입맛을 ‘돋워’ 주기 때문이랍니다.
그런데 보통 ‘입맛이나 식욕이 당긴다’라는 의미를 가진 ‘돋다’의 사동사 ‘돋우다’를 ‘돋구다’로 잘못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돋우다’는 이 밖에도 ‘위로 끌어 올려 도드라지거나 높아지게 하다’ ‘밑을 괴거나 쌓아 올려 도드라지거나 높아지게 하다’ ‘정도를 더 높이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다음의 예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 전체가 암반층으로 덮여 있는데 높은 곳은 암반을 깎고, 낮은 곳은 축대를 쌓아 돋워 평편하게 만든 축성기술이 특징이다.
* 관악단 지휘와 총괄을 맡고 있는 박성호씨(31·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가 목청을 돋워 단원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 동네마다 풍물패들이 모두 나와 흥을 돋워 주기도 했다.
* 쌉싸래한 맛이 입맛을 돋워 주는 두릅은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반면 ‘돋구다’는 ‘안경의 도수 따위를 더 높게 하다’라는 한 가지 뜻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안경의 도수를 높이는 것 외에는 거의 ‘돋우다’로 쓴다고 생각하면 헷갈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