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람대신 로봇·기계장치…'모니터링 센터'로 라인 실시간 체크
슬로바키아 질리나시에서 차를 타고 외곽으로 10여분 정도를 달리자 허허벌판 같은 넓은 대지 위에기아차(156,900원 ▲11,700 +8.06%)의 슬로바키아 공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청명한 하늘에 한낮에는 덥다는 느낌까지 주는 4월 말이지만, 6만6000여평의 거대한 하얀색 공장건물 뒤로 멀리 설산(雪山)이 병풍처럼 자리잡고 있어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긴다.
정문을 통과하면 양쪽 길 가운데에 잔디밭과 꽃밭이 마치 공원처럼 잘 정돈돼 있고, 정면에는 차체작업을 마친 차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도장공장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2층 투명유리를 통해 보여 눈길을 끈다.
질리나 공장은 프레스에서 출발해 차체(보디), 도장, 의장 등의 공장을 거치며 차를 만들어내는 최신식 공장이다. 공장 내부는 새로 지어진 곳답게 먼지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다.

24일 준공식을 치렀지만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차를 만들어내고 있는 탓에 생산라인 곳곳에는 각종 최첨단 로봇과 기계 장치들이 굉음을 내며 자동차의 모습을 하나하나 완성해 가고 있었다. ‘최첨단 설비들의 경연장’이란 말에 어울리게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 돼 있어 근로자들의 모습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가장 먼저 찾은 프레스 라인에서는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 온 왜건차량에 장착할 금형부품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곳에서는 한 프레스에서 두개의 테일 게이트(트렁크 도어)가 만들어 진다.
이어진 차체 라인은 현대중공업에서 제작해 공수해 온 310여대의 용접로봇을 통해 말 그대로 100% 자동화를 실현하고 있다. 안내를 맡은 고군일 과장은 “이 곳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은 단순히 부품을 나르는 역할만 한다”고 말했다.
라인 중앙에는 ‘The Kia Way is the Quality way’란 커다란 문구와 함께 “무결점 추진으로 시장 선도”란 글씨가 씌어진 커다란 현수막이 눈에 띈다.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최첨단 설비는 지난해 4월 38만유로를 투자해 설립한 ‘KMS 모니터링 센터’. 이 곳에서는 공장 내외부 곳곳에 설치된 70대의 카메라를 통해 생산 및 설비 현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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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를 통해 비상상황이 생기면 즉각 해당라인에 통보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어 굳이 현장에 나가지 않아도 통제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경쟁업체들까지 이 곳의 레이아웃이나 장비배치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수시로 찾아온다고 한다.
이어진 도장공장과 의장공장도 놀라울 정도의 생산성을 보이고 있다.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눠 2교대(967명)로 가동되는 의장공장은 시간당 60대꼴로 차를 만들어 낸다. 이 곳의 안내를 맡은 임덕광 차장은 “초기에는 3교대를 통해 연 3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었는데 작업속도를 높여 2교대를 하는 것으로도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의 또 하나의 강점은 바로 협력적인 노사관계다. 이 곳에도 노조는 존재하지만 대결과 투쟁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국내 노조와는 차원이 다르다. 공장 관계자는 “노조측은 ‘협업’을 가장 중시한다”며 “이해관계가 엇갈리면 정보를 달라고 하고, 이를 통해 이해를 구하면 대부분 수용이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폭스바겐 등 인근 공장에서도 노조가 파업을 벌였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노조 가입도 희망자에 한해 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작업자들은 노조활동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배인규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장은 “세계 어느 일류 메이커들의 공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각종 최첨단 설비와 협력적인 노사관계가 이 곳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