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LIFE]백경호 우리CS자산운용 대표

"기자 아가씨, 채린 게 음네…. 대접을 지대로 몬해가 우야노?"
'후르륵, 쩝쩝….' 대접에 코를 박고 정신없이 비빔국수를 먹는 기자에게, 할머니가 안쓰럽다는 듯 말씀하셨다. 지난 8월 22일,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에 있는 '능마을'에서는 바알간 고추들이 늦여름 햇볕에 벌써부터 몸을 말리고 있었다.
능마을은 우리CS자산운용 백경호 대표(46)의 보물 1호인 '토담집'이 있는 마을이다. 1년 중 농사철에는 백 대표의 부모님이 부산에서 올라와 계신다.
이날 백 대표의 모친은 갑자기 찾아온 손님들에게 비빔국수와 총각무 김치, 묵은 김장 김치, 물김치를 대접했다. 직접 기른 상추, 오이를 썰어 넣고 고추장에 버무린 비빔국수에서는 할머니의 손맛과 구수한 흙맛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백 대표는 시간 날 때마다 토담집에 찾아와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며 고추, 배추, 가지 등 온갖 채소들이 심어진 텃밭을 가꾼다. 이 날은 노부모의 사진을 찍기 위해 파주 집을 찾았다.
백 대표는 "가을에 금강산 보내드리기로 했는데 증명사진이 필요해서 찍으러 왔다"며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 밀짚모자 쓴 할아버지와 수건을 머리에 싼 할머니는 쑥쓰러우신 듯 카메라 앞에 섰다.
◇ 자연이 좋아서 산다 =인근에 영조대왕의 생모인 숙이 최씨 무덤 '소령원'이 있어 마을 이름이 '능마을'이라는 이곳은, 영조대왕의 권세를 보여주듯 최고의 명당이다.
토담집 뒤로는 야트막한 야산이 자리잡고 있고 앞으로는 바닥까지 훤히 비치는 개울물이 흐른다. 불과 1시간 거리였지만 여의도와 파주 능마을은 너무 다른 세상이다.
백 대표가 토담집을 처음 찾은 건 3년전이다. 3년전 토담집은 식당이었다. 파주에 골프치러 왔다가 우연히 들른 식당이 단골집이 됐고 농담삼아 주인에게 '나한테 팔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그 주인이 백 대표에서 전화해 '정말 살 생각이 있느냐'고 말했다. 백 대표는 하루 고민 끝에 흔쾌히 답을 했다. 그는 "아내와 의논한 끝에 서울 아파트를 팔고 그 집을 얻기로 했다"며 "지금은 대신 서울에 전세를 얻어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 때 판 서울 목동 아파트는 3년새 3~4배로 가격이 올랐다. 물론 토담집은 그 때나 지금이나 가격이 똑같다. '배 아프지 않느냐'는 질문에 백 대표는 "아내는 가끔 목동 아파트 생각하며 아쉬워하긴 한다"면서도 "그래도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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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좋아서 산다 =백 대표는 토담집에는 '사람 정신'이 배어 있다고 했다. 그는 "도시는 아무리 살아도 정이 안들더라"며 "손수 못질하고 마당에 꽃 심고, 그러면서 사람 혼이 배어있는 휴식터가 진짜 집"이라고 말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게 너무 즐겁단다. 백 대표는 "밤이면 냇가에서 붕어, 미꾸라지, 피라미를 잡아 매운탕을 해 먹는다"며 "마을 사람들끼리는 뭐든 나눠 먹으며 가족처럼 지낸다"고 자랑했다.
능마을에선 따로 시내 '마트'에 갈 일이 없다. 쌀은 논을 가꾸는 이웃에서 사다 먹고, 돼지 한마리 잡으면 열 가구가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 매년 음력 10월 1일에는 동제를 지내며 마을 사람들끼리 친목을 다진다.
지난 6월 6일 현충일에는 백 대표가 운영하는 대안학교 학생들과 함께 토담집을 찾았다. 꿈틀학교는 지난 2001년 백 대표를 비롯한 일부 벤처기업인들과 금융인이 모여 만든 대안학교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17~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20명 규모의 작은 학교다.
백 대표는 직접 아이들에게 떡메 치는 법을 가르치며 함께 뛰어 놀았다. 굳이 대안학교 운영을 맡고 있다는 얘기를 하지 않으려 했던 백 대표는 "그 아이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힘이 난다"고 말했다.

◇ 백경호 대표는 =부산 동래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경제학과에서 학부과정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지난 1987년 동원증권에 입사해 SK증권, 한국주택은행 등을 거쳐 2000년에는 KB자산운용의 대표이사에 취임, '업계 최연소 사장'이 됐다. 지난 2005년부터 우리CS자산운용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