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경제 주도권 확보, 북한 우회 압박 효과도… 농축수산물 협상이 관건
정부가 지지부진하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본격 나서기로 한 것은 경제와 외교·안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더 늦어질 경우 동북아 경제권의 주도권을 잡는 동시에 남북 관계 등 외교·안보 측면에서 실익을 챙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고위 관계자는 28일 "최근 동북아 최대시장을 보유한 중국이 동북아 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주변국과 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며 "우리도 중국과 FTA를 체결해 이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막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각국과의 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까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6개국, 홍콩·마카오 등 7개국 등 총 13개국과 FTA,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발효시켰다. 올해부터는 중·대만 경제협력기본협정(ECPA)이 본격적인 발효에 들어갔다. FTA 체결이 늦어지면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중 교역액은 1884억 달러 규모로 일본(925억 달러)과 미국(902억 달러)을 합친 것보다 크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1168억 달러로 전체(4664억 달러)의 25.1%를 차지했다. 그만큼 중국시장에는 우리 경제의 사활이 걸려 있다.
중국이 한국에 FTA 체결을 위해 적극적인 구애를 보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교역 규모가 큰 한국이 세계 1,2위 시장인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동시다발적으로 FTA 확대에 속도를 내자 조급증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주요 국가인 한국에서 밀릴 경우 동북아 시장 전체에서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세계 주요2개국(G2)으로 꼽히는 중국과의 FTA 체결은 단순히 경제적인 실익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특히 남북 관계에 있어서는 관계 진전을 위한 새로운 국면을 열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중 FTA 체결로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동북아 경제권이 통합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북한도 자연스럽게 문호를 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당장 FTA 협상이 시작되고 양국 고위 관계자들 간의 교류가 확대되면 북한에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남북문제 등 외교·안보 이슈는 당사자들 간의 노력으로만 풀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중국과 FTA를 체결하면 남북 문제를 풀어가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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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협상 과정에서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점이다. 민감 분야인 농축수산물 부문이 최대 쟁점이다. 국내 농축수산물 시장을 어디까지 개방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우리나라의 중국 농축수산물 수입 규모가 수출에 비해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상황에서 관세까지 내리게 된다면 국내 농축수산 농가가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양국은 벌써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우리의 민감 분야를 어느 정도 개방할지를 정해놓고 협상을 시작하자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모든 이슈를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농업 분야 개방이 먹거리 안전, 식량 안보 등과 직결된다는 것도 부담이다.
통상교섭본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이 FTA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농축수산물과 중소기업 분야의 개방 수준을 놓고 국민적 합의가 쉽지 않아 FTA 체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