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애플과 특허전쟁, 정부 방관해야 하나

[기자수첩]애플과 특허전쟁, 정부 방관해야 하나

오정은 기자
2011.07.04 07:00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전쟁'이 지난 1일 첫 재판을 시작으로 본격 막이 올랐다. 국내 1,2위 로펌인 김앤장과 광장이 소송 대리를 맡아 판은 더 커졌다. 국제 지적재산권소송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지재권 전문가' 강영수 부장판사가 사건을 맡아 '심판관'의 면면도 화려하다.

삼성과 애플이 국내법원에 제기한 소송의 소가는 각각 3억5000만원과 7억원. 그러나 소송 결과에 따른 삼성과 애플의 손익은 이것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더군다나 '회사의 자존심'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벌어진 한국기업과 외국기업 간 특허분쟁은 매년 증가추세다. 2006년에 47건, 2008년 118건, 2009년 134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특허권만 구입해 소송을 걸고 거액을 받아내는 '특허괴물'까지 출현해 국내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이들 특허괴물의 먹잇감 '1순위'였다. 2004~2008년 사이에만 특허괴물로부터 42건의 소송을 당했다. 2007년엔 미국에서 인터디지텔과의 2세대(2G) 장비 특허 소송에서 패소, 로열티 1억3400만달러를 지급해야 했다.

외국의 경우 기업특허전쟁에 정부까지 가세했다. 미국은 이미 특허중시(Pro-Patent) 정책으로 특허괴물기업의 출현을 도왔다. 일본은 '지적재산입국'(知的財産立國) 정책을, 중국은 '과기흥무'(科技興貿) 전략으로 국가간 지적재산권 전쟁에 돌입했다. 반면 우리 정부의 특허전쟁 준비는 늦은 감이 있다.

국회는 지난 5월에서야 국내기업의 해외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정부책임을 강화한 '지적재산권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오는 7월 20일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검토에만 7년이 걸렸다.

지난해 미국법원에 외국기업이 국내기업을 상대로 제출한 특허소송은 223건. 반면 한국기업이 외국기업을 낸 것은 66건에 그쳤다. 외국기업들이 특허소송 승리로 수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데 반해 우리는 방어에 급급하다.

국내기업이 출원하는 특허건수는 한해 30만건. 이중 90%가량이 사장되고 있다. 이를 지키기 위한 민관합동 특허방어회사가 오는 8월 공식 가동된다. 전적으로 기업 부담이었던 특허전쟁에 뒤늦게라도 힘을 보태는 정부의 움직임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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