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12]13일 폐막…스마트혁명, 기술에서 문화로 확산
지난 10~13일(현지시각) 나흘 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 2012'은 지난해부터 밀려든 스마트 물결이 더욱 거세졌다. 그러나 변화의 싹은 분명했다. 소비자들에게 '똑똑해 지길' 강요하는 기술이 아닌 사람에게 더욱 다가가는 휴머니즘이 스마트 기술에 스며드는 모습이다.
◇사람의 몸과 결합하는 동작인식 기술
이번 CES에서 가장 큰 지지를 받은 기술은 음성과 동작 인식 기능이다. 특수한 용도에 제한적으로만 적용돼 왔던 이 기능들은 기술의 진보로 더욱 정교해지며 일상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비디오 게임기 엑스박스(Xbox) 360용 동작인식기기인 '키넥트(Kinect)'를 윈도용으로 확대한 '키넥트 포 윈도(Kinect for Windows)'를 선보였다. 사용자의 동작을 화면 속에서 구현하는 기능을 게임기에서 PC와 TV까지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기술이다.
CES에서 소개된 윈도용 키넥트는 다음달 1일부터 미국과 영국 등 12개국에서 판매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키넥트가 엑스박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큼 이제 게임기 이상의 분야에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작인식 기능을 전통적인 TV 제조업체들이 적극 도입한 것도 이번 CES의 특징이다. LG전자는 스마트TV용 리모컨인 매직 리모트를 업그레이드해 음성과 동작인식 기능을 추가했다. LG전자가 TV에서 동작인식 기능을 시현해볼 수 있도록 한 체험관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와 함께 이번 CES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가장 사로잡은 곳 중 하나다.
중국 하이얼도 동작으로 컨트롤하는 TV를 선보였고 삼성전자도 올 3월 이 기능이 탑재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음성인식을 비롯해 동작인식 기능은 스마트 기기의 사용편리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준다. 가전 분야에서도 '스마트' 바람을 불러일으킬 핵심 요인으로 손꼽힌다. 스마트폰이 사용자의 손 안에서 대부분의 조작이 가능한 데 비해 사용자와 떨어져있는 TV의 경우 사람의 몸을 직접 컨트롤러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콘텐츠를 일방향으로 보여주기만 했던 TV가 이제는 사용자의 동작을 콘텐츠에 결합하는 '양방향 기기'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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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을 살피는 기술
사람의 몸을 인식해 몸 속 상황과 그게 맞는 헬스케어 기능이 강화된 제품들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휴대폰 업체인 모토로라모빌리티는 전시관에 런닝머신을 설치하고 시연자가 그 위를 달려 눈길을 끌었다. 새로 선보인 MP3플레이어에 피트니스 기능을 결합, 음악을 들으며 운동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운동한 시간과 소모된 칼로리 등을 체크할 수 있는 모바일 헬스케어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TV 기능 중 '스마트 피트니스' 콘텐츠를 선보였다. 사용자의 신체 정보를 인식해서 다양한 운동 콘텐츠를 통해 설정한 목표에 따라 관리해주는 기능이다. TV가 퍼스널 트레이너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LG전자는 헬스케어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 냉장고를 공개했다. 냉장고에 적용한 '스마트 씽큐' (Smart ThinQ™) 기능은 개인별 기본정보(성별, 나이, 몸무게, 키)와 특이사항(고혈압, 당뇨, 비만)을 냉장고 액정표시화면(LCD)에 저장하면 일별, 주별 건강식단과 함께 레시피(조리법)까지 맞춤 제안하는 '헬스 매니저' 기능을 구현한다. 또 냉장고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 정보를 추천하고 식재료를 관리하는 '스마트 매니저' 기능도 포함됐다.
◇스마트 혁명은 기술 아닌 문화
이번 CES에서 스마트 기기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들이 새롭게 제시한 '스마트 라이프'의 방향은 인간의 삶을 지향하고 있다. 사용자를 배제하는 '기술의 독주'가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을 넘어서 인간의 행동 양식과 문화를 배려하는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시대를 맞아 종말을 맞을 것으로 예측되던 TV를 가족이라는 가치로 부활시키고 있다. 이번 CES에서 보여준 스마트TV의 콘텐츠에서 가장 중점을 둔 시그니처 서비스는 가족의 사진과 기념일 등을 TV를 비롯한 다양한 기기에서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는 패밀리 스토리, 부모가 자녀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익한 유아용 콘텐츠인 키즈 등으로 구성됐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스마트TV 혁명으로 흩어졌던 가족들을 다시 한 자리로 불러 모으는 역할을 TV가 할 것"이라며 "스마트 기술이 보다 사람들의 감성과 문화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나소닉도 '환경을 위한 아이디어(Ideas for Eco)'를 CES의 주요 테마로 내세워 앞으로 기술이 나아갈 방향이 환경과의 공생임을 알렸다.
글로벌 전자업체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휴대폰에서 불어닥친 스마트혁명이 TV로 넘어가고 이것은 생활을 넘어서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며 "이제 변화의 싹을 만드는 문화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는 점에서 스마트혁명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