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서비스업 中企 적합업종 지정 5가지 문제점

민간 주도 협의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성장위)가 프랜차이즈가 영위되는 국내 서비스업종을 무더기로 중소기업(이하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려 하고 있다. 해당 업종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물론 가맹점주들이 크게 반발하며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촉발될까 우려된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법적 기준을 만들고, 갈등 소지를 없앤 뒤 중기업종 지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반성장위는 내달 5일 제과점과 음식점, 서적, 자동판매기, 꽃집, 상조 등 16개 생계형 서비스업종에 대해 중기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중 음식점 프랜차이즈업종은 가맹점수만 8만5000개 넘고, 관련 종사자는 25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식점 업종은 총 7개 업종으로 분식 및 김밥, 한식, 중식, 일식, 서양식, 기타 서양식(이탈리안 레스토랑 등), 기타식(순대, 떡볶이 등)으로 나뉜다. 제과점업도 가맹점수와 독립점수가 전국적으로 1만6000여개에 달한다.
이들 업종이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해당업종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사업을 동결해야 해 신규 가맹점 출점이 가로막힌다. 중기 적합업종 지정 이후부터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아닌 개인 소유 독립점만 새롭게 점포를 낼 수 있다.
◇1. 똑같은 자영업자 '가맹점주 vs 독립점주', 갈등 어떻게 막을까?
이 경우 가맹본부 사업이 위축되고, 가맹본부 차원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기존 가맹점주들이 거세게 반발할 전망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도 독립점주와 똑같은 소규모 자영업자인데 왜 한쪽의 일방적 주장을 듣고 적합업종 지정이 강행돼야 하느냐는 것이다. 업종에 따라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와 독립점주 간에 생계를 건 갈등이 빚어질 소지가 있다.
조짐은 시작됐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제과점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 기존 가맹점주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방배역점 이재광 가맹점주는 "제과업이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파리바게뜨 본사에서 가맹점을 상대로 지원해주는 제품 개발이나 판매 마케팅 지원이 줄어들 것"이라며 "크라운베이커리가 한 때 제과업 1위였는데 지금은 밀려난 것도 가맹점 신규모집이 막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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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맹점이 독립점 존폐에 결정적 타격을 준다는 데이터가 있나?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독립점 존폐에 어느 정도 타격을 주었는지 객관적 데이터 없이 적합업종 지정이 이뤄지는 것도 문제라는 주장이다.
동반성장위나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해당 상권의 독립점보다 매출이나 고객 선호도, 수익성 측면에서 어느정도 절대 우위에 있는지 객관적 데이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주영 숭실대 교수는 "골목상권의 독립점이 위축된 이유는 여러 가지 복합 요인 때문인데 이를 프랜차이즈 가맹점 확산 탓으로만 몰고 가 일방적으로 가맹점 신규출점을 봉쇄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서울 반포동 김원모 과자점 같은 일부 독립점 매장은 해당 상권에서 프랜차이즈 제과점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을 올리며 오히려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위축시키고 있다.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맥락으로 가맹점 출점을 제한할 경우 독립점이 얼마나 수익을 높일 수 있는지도 현재로선 확인할 길이 없다. 막연한 셈법과 기대감으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게 신규출점 제한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리는 셈이다.
◇3. 독립점주 이해단체가 신청만 하면 적합업종 지정해주나?
중기 적합업종 지정 절차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현 제도상으로는 해당 업종 이해단체가 적합업종 신청을 하면 동반성장위가 이를 수용해 지정 검토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떤 기준도 없이 독립점주로 구성된 이해단체의 말만 듣고 지정을 검토한다면 지정 남발을 부를 수 있다"고 밝혔다.
중기업종 지정에 법적 근거가 분명한가라는 논란도 있다. 최근 프랜차이즈학계에서는 이와 관련한 지적이 잇따랐다. 고려대 법학대학원 최영홍 교수는 "동반성장위의 업무 근거인 상생법 상 사업조정 대상은 대기업의 실질적 지배를 받는 중소기업으로 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와 가맹점과의 관계 자체가 상생과 동반성장이어서 상생법상 프랜차이즈는 사업조정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벌써부터 동반성장위가 적합업종 지정에 나서면 소송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움직임도 보인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비상대책위원회는 동반성장위가 제과점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 법원에 '원인 무효소송'을 낼 방침이다.
◇4. 외식업 '한우물' 판 기업도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똑같나?
음식점을 주력사업으로 삼아 성장한 프랜차이즈는 정상이 참작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그룹 계열 프랜차이즈와 달리 죽 전문점 본죽의 김철호 사장은 본인 스스로 1호점을 내고 사업을 키워 1000호점이 넘는 가맹점을 출점시켰다. 그러나 본죽도 동반성장위가 음식점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 신규 출점을 할 수 없게 된다. 본죽 외에 놀부NBG와 더본코리아, 원앤원 등도 모두 창업주 스스로 1호점을 내고 프랜차이즈로 발전한 케이스다.
동반성장위는 적합업종 지정으로 신규출점을 제한받는 프랜차이즈 기준을 중소기업이 아닌 모든 기업으로 잡고 있다. 음식점의 경우 '연매출 200억원 이상이면서 상시근로자 200명이상'이면 적합업종 지정으로 사업에 제약을 받게 된다. 지정 시 사업에 제약을 받는 업체들을 선정하는 기준도 탄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5. 사업 동결 외에 다른 동반성장 대안은 왜 없는가?
'진입자제'나 '확장자제' 같은 사업 동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것도 한계다. 지금까지 동반성장위가 서비스업종을 대상으로 한 중기 적합업종 지정 검토안을 보면 '사업 동결' 외에 다른 대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동반성장이라는 큰 틀에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독립점 이해단체들이 실질적으로 윈-윈 할 수 있는 다양한 합의안을 고려해볼 때다. 제과점 중기 적합업종 지정 협의 과정에서 52억원 규모의 상생발전 방안이 모색됐다가 유야무야된 것이 한 예다.
전문가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500m내 신규출점 금지를 하는 마당에 동반성장위가 또다시 중기 적합업종을 지정하면 국내 프랜차이즈는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서둘러 지정하기보다는 법적 근거와 기준부터 세운 뒤 실익과 파장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