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대해부]가습기살균제 악재에도 상장 후 강세...화장품에서 영업익 96% 벌어
가습기살균제 사태로 기업 이미지에 먹칠한애경산업(14,380원 ▼170 -1.17%)은 공모 흥행에 실패하며 주식시장에 초라하게 입성했다. 하지만 흥행 실패로 저평가된 공모가는 한·중 관계 회복과 더불어 전화위복으로 작용했다.
애경산업은 2080 치약, 주방세제 트리오, 케라시스 샴푸로 친숙한 국내 시장점유율 2위 생활용품업체다. 국내 생활용품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애경산업은 화장품과 반려동물용품을 통해 성장을 시도하고 있다. 2012년 선보인 화장품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의 성공으로 생활용품 기업에서 생활뷰티기업으로 변신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달 22일 상장 후 한 달도 안돼 주가가 52.4% 상승했다.

◇영업이익 96% 화장품에서 발생=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80 치약'으로 유명한 애경산업을 화장품 기업으로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생활용품 시장의 성장성이 막히자 애경산업은 2012년 에이지투웨니스(Age 20's), 2013년 루나(LUNA) 등 화장품 브랜드를 차례로 내놓으며 새 먹거리 찾기에 나섰다.
2017년 기준 애경산업의 매출 비중은 화장품이 42.7%, 생활용품이 57.3%를 차지했다. 화장품 부문 매출 비중은 2015년 14.7%에서 2016년 26.3%, 2017년에는 42.7%까지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 화장품 매출액은 2686억원으로 전년대비 101.2% 증가했다.
생활용품과 달리 화장품 부문은 20% 안팎의 영업이익률로 회사의 수익성 개선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생활용품 부문의 영업이익이 22억원에 그쳤던 반면 화장품 영업이익은 475억원에 달해, 전체 영업이익의 96%가 화장품에서 창출됐다. 즉 애경산업은 이미 대부분의 영업이익을 화장품에서 벌고 있는 셈이다.
서영화 SK증권 연구원은 "점유율 35%의 선두 사업자인 LG생활건강을 중심으로 생활용품 시장은 과열 경쟁이 지속돼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화장품을 통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전사 이익을 이끌고 있으며 올해도 화장품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판매 호조 vs 높은 단일제품 의존도=애경산업 화장품 매출액의 85% 이상은 에이지투웨니스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에이지투웨니스 브랜드 매출 대부분은 자체 개발한 '에센스 커버 팩트'가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에센스 커버팩트에서 애경산업 화장품 영업이익의 대부분이 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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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애경산업을 하나의 브랜드와 아이템을 가진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일 히트 상품에 의존하는 애경산업의 미래 실적 가시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과거 마스크팩을 생산하던 제닉이 승승장구하다 유사 제품의 등장으로 실적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화장품 판매 채널 중 홈쇼핑 채널 비중(46.8%, 2017년 3분기 기준)이 높아 특정 채널 의존도까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애경산업은 '원브랜드, 원아이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데다 홈쇼핑 채널의 실적 가시성도 높지 않다"며 "올해 실적 가시성 확보가 주가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애경산업은 루나(LUNA)의 매출 비중 확대와 직접 수출을 통한 중국 현지 오프라인 매장 확대로 원브랜드, 원아이템 리스크와 홈쇼핑 채널 한계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중국 화장품 시장 직접 진출과 판매 채널 확대를 위한 중국 상해법인도 설립했다.
오대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루나(LUNA)가 온라인 채널에서 매출 비중이 증가하며 에이지투웨니스의 원아이템 리스크를 낮출 것"이라며 "2분기에 새로 론칭되는 친환경·더마코스메틱 브랜드로 품목 다변화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습기살균제의 악몽…흥행 참패로=지난달 애경산업의 코스피 데뷔는 초라했다.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인 공모 청약이 모두 저조했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24.3대 1에 머물렀고 개인 투자자 청약 경쟁률은 고작 6.7대 1에 그쳤다. 기관 수요예측 부진에 공모가도 희망 공모가 범위(2만9100원~3만4100원) 하단에서 결정됐다. 중국 화장품 사업의 성장성과 가습기 살균제 위험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수요예측 부진에 애경산업은 실제 평가된 기업가치보다 31.5% 할인된 가격에 공모하게 됐고 이는 상장 후 주가 상승으로 돌아왔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7600억원 수준인데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7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 이슈를 감안해도 '저평가'였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가습기살균제 관련 추가적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일회성이 그칠 것으로 판단했다.
애경산업이 3월12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당사는 과거 가습기 살균제 관련 제품을 판매한 적 바 있다"고 밝히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타 업체가 제조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한 단순 판매사업자로서 과거 제품 판매에 따라 발생하는 금전적 손실은 제조사와의 제조물 책임 계약으로 인해 제한적인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애경산업 측은 재무적 영향 외에 주요 제품 및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불매 운동이 발생, 확대되거나 기업 이미지 훼손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결과적으로 영업활동에 영향을 미쳐 손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애경산업을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 애경산업은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이 확정될 경우 소송시 패소 가능성이 높으며 일시적으로 대규모의 손해배상금 지급이 발생될 수 있다"며 "공정위의 제재로 과징금 및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도 명시했다.
3월 기준 애경산업에 제기된 9건의 민사 손해배상 청구소송 가액은 미정 2곳을 제외하면 37억원 규모다. 앞서 2017년 3분기에도 애경산업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해 분담금 92억7000만원을 지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