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디렉터]신영증권 헤리티지솔루션본부 양다예 변호사

부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녀를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한다. 특히 자녀가 중증장애 등으로 경제활동이 어렵다면 미리 자녀의 생활기반을 마련해주고자 하는게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나 인지 능력이 부족한 자녀에게 단순히 재산을 증여했을 때 자녀가 그 재산을 자의 혹은 타의로 인해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
즉, 부모 입장에서는 사후에도 자녀가 증여받은 재산을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증여에 따른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현행법에는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장애인을 위한 신탁 구조가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장애인이 신탁을 통해 재산을 증여받을 경우 최대 5억원까지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본인이 사망할 때까지 신탁계약을 유지해야 한다. 또 해당 재산의 수익은 오로지 장애인 본인을 위해서만 사용돼야 한다.
장애인신탁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중증장애인이 아닌 경우 신탁 원본은 사용할 수 없고 증여된 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만 인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5억원을 증여하더라도 연 3% 수익률을 가정한다면 매달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은 약 100만 정도이다.
신탁을 통해 재산을 증여받을 경우 장애인연금 수급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 본인이나 가족이 장애인 신탁제도 활용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재산을 증여하는 부모의 자산 규모가 상속세 납부 대상이 아니라면 장애인신탁이 반드시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 있다. 가령 상속재산이 30억원을 넘지 않는다면 배우자공제 등을 감안해 굳이 사전에 증여를 하기보다는 장애인 자녀에게 상속을 통해 재산을 이전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단순한 상속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상속된 재산이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부모 사후에도 신뢰할 수 있는 대리인이 자녀의 재산을 대신 관리할 수 있다. 후견 제도를 통해 법원의 통제를 받도록 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부모 생전에 장애인 자녀의 수급권을 유지할 수 있다. 장애인 자녀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형제자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 장애인 형제를 돕도록 설계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장애인신탁 제도는 분명 유용한 측면이 있지만, 제도적으로 많은 보완이 필요한 상태다. 장애인신탁 제도 개선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실질적인 진전은 없다. 장애인 본인과 가족의 삶의 질을 위해서는 본질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절세 외에도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한다면 장애인신탁만이 아닌 개인의 다양한 수요에 맞는 전체적인 설계를 통해 신탁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